'개켜놓은 그대와 나의 스웨터/ 포개서 겹치는 기쁨이 있어// 그대 손에 길들여진 만년필/ 가신 님 그리는/ 시 써갈 줄이야// 남기고 간 구두/ 깊이 손을 넣어보니/ 끝에 그 발가락 내 손에 잡히네.'(<빛나는 유품> 중)

한국 유일의 단카 시인인 고 손호연씨(사진)의 5주기를 맞아 번역 단카집 ≪러브레터≫(중앙북스)가 출간됐다. 단카(短歌)란 5.7.5.7.7의 31음절의 정형시.하이쿠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시 형식이다.

이번 단카집은 2003년 작고한 손씨의 미발표 유작과 일본에서 출간된 단카집 ≪제4무궁화≫ 중 일부를 손씨의 딸 이승신씨가 번역해 빛을 보게 됐다.

표제작 <러브레터>는 세상을 떠난 임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을 '하늘나라 은하수 거리/ 그대 앞으로 부치려고/ 써놓은 편지// 같이 살 때는 쓰지 않았네/ 그대 만날 수 없는 이제/ 써서 부치고 싶은 러브레터'라고 표현한 작품이다.

또한 ≪러브레터≫와 함께 이승신씨의 첫 시집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에서≫(중앙북스)도 함께 출간돼 모녀가 나란히 시집을 내놓게 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