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위험 C등급 자산 1200억弗
장부外 부채도 천문학적 수준 추정
고수익 전략 추구로 자산구조 취약

씨티그룹이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에도 불구,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정부가 306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고,200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24일 주가는 58% 급등했지만 씨티의 자산구조에 비춰 앞으로 험난한 길을 가야 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씨티가 회사 전체 매각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곤경에 처한 것은 잠재 부실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 최고경영자(CEO)는 25일 한 방송프로에 나와 "계속되는 적자와 주가 폭락은 전임 경영진의 부동산 관련 자산에 대한 무리한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산운용사인 오펜하이머의 메리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씨티 자산의 부실 정도는 다른 경쟁 은행과 차원이 다르다"며 "부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C등급 자산은 1200억달러 규모지만 카드론 등 6000억달러의 소비자금융 관련 자산도 부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지급보증키로 한 3060억달러의 자산에 어떤 자산이 포함되는지도 불분명해 시장 불안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잠재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신용카드 관련 자산과 연체가 늘어가는 해외여신 관련 자산은 지급보증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보증 자산이 부실화되면 처음 290억달러까지는 씨티가 책임지게 된다. 현재 쌓아놓은 충당금과는 별도다. 추가 부실은 재무부,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순차적으로 떠맡되 손실의 10%를 씨티가 분담하는 형식이다. 해당 자산이 100% 부실화될 경우 정부의 최대 지원금은 2770억달러에 달한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유리한 조건의 구제금융안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의구심이 잦아들지 않는 것은 씨티가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부외부채 때문이다. 상품 관련 블로그를 운용하는 디바이든은 씨티가 장부에 잡히지 않는 부외부채를 1조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외부채는 고수익을 내기 위해 자회사 형태로 구조화투자전문회사(SIV) 등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부외자산은 장부에 반영된 자산보다 부실 가능성이 훨씬 크다. 최근 씨티가 800억달러 규모의 구조화증권회사 자산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실제 가격을 200억달러로 산정했다. 그만큼 손실률이 높다. 부외자산이라고는 하지만 씨티가 자본금을 댄 만큼 부실을 언젠가는 씨티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인스티튜셔널 리스크애널리틱스의 크리스토퍼 왈렌 투자분석가는 "2003년 이후 계속된 씨티의 고수익 전략이 자산구조를 취약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우리가 볼 수 없는 부외자산에서 엄청난 손실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씨티의 지분을 8%가량 보유해 아부다비 국부펀드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되는 미 정부가 부실이 확대되면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 결국 씨티를 국유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보호를 받게 된 만큼 경쟁사보다 더 많은 리스크를 지면서 경영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가 일각에서는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