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업체 기술 세계최고 수준

LPG 세금 서민에게 너무 높아

"액화석유가스(LPG)가 청정연료가 아니라고요? LPG는 탄소와 수소 화합물로만 구성돼 있어 경유나 휘발유보다 훨씬 더 깨끗합니다. "

정진성 대한LPG협회장(62)의 목소리는 다소 격앙돼 있었다. 지난 20일 서울 방배동 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는 협회 요청으로 이뤄진 터였다. 위르겐 게어하르트 보쉬 수석 부사장(디젤시스템 엔지니어링 부문)이 "LPG가 경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 많아 청정연료가 아니며 대체연료가 될 수 없다"는 주장(한경 11월14일자 B4면)에 대해 반론을 펴는 자리였다.

정 회장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깨끗한 연료가 LPG"라며 "무거운 독성물질이 나중에 추출되는데,바로 경유와 휘발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경유의 경우 1000여개의 화합물 덩어리인데,이 중 40여개는 독성이 매우 강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경유차는 DPF(매연저감장치)라는 특수장치를 붙여도 배기가스에 미세입자가 섞여 배출되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등 적지 않은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한국 업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LPG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완성차 회사들의 LPG 차량이다. 액상분사 방식(모노퓨얼)을 채택해 효율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현대자동차가 내년 7월 출시하는 LPG 기반의 하이브리드 차량(LPI 하이브리드) 역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그는 "휘발유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일본 도요타나 혼다 등이 앞서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자체 경쟁력을 갖고 있는 LPI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향후 호주 홍콩 터키 폴란드 이탈리아 등 LPG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국가에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PG 충전소 확대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1550여곳인 충전소를 더 늘리면 기존 충전소의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해진다"며 "기체가 아닌 액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한 번 주유하면 400㎞ 이상 갈 수 있는 만큼 충전소 부족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회장은 LPG 가격에 대해 단기 하락,장기 상승을 전망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확산되고 있어 LPG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LPG 가격이 다른 연료와 함께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LPG의 가격 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LPG의 경우 택시기사나 도시빈민,농어촌 주민 등이 많이 쓰고 있는데도 세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반면 대도시 지역에 공급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국가가 독점적으로 가격을 낮게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LPG에 세금을 붙여 잘 사는 도시 주민들을 도와주는 꼴"이라는 게 정 회장의 쓴소리다.

대한LPG협회는 2003년 설립됐으며,SK가스와 E1 등 2개 업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정 회장은 감사원 감사관,환경부 이사관,한강유역 환경관리청장 등을 거쳐 2003년부터 초대 회장을 맡아왔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업무 효율성만 높여도 공무원 인력의 20%를 줄일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