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주가 곤두박질에 독자생존 의문
GM 이사회 파산보호 신청 고려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씨티그룹까지 생존의 위기에 몰리면서 전 세계에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해 온 간판 회사들이 잇따라 흔들리고 있다.

지난 21일 주식시장에서 씨티그룹 주가는 3.77달러, GM은 2.99달러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로서는 굴욕적인 수준이다.

이들이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없을 정도로 세계를 주름잡던 GM과 씨티의 추락은 이번 금융 및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GM이나 씨티그룹은 그 사업의 규모나 금융 및 고객 관련 영향력 면에서 그냥 무너지게 놔두기엔 너무 큰 공룡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 씨티그룹 주가 폭락에 생사 기로 = 192년 역사의 씨티그룹이 최근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한 가운데 주가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섰다.

미국 내 은행 중 자산규모 2위이자 전 세계 106개국에 2억명의 고객을 갖고 미국을 상징하는 금융기관처럼 존재한 씨티그룹이 금융위기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곤경에 처한 씨티그룹 경영진과 이사진들이 21일 열린 이사회 이후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정부 관계자들과 회사 안정화를 위한 방안의 협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씨티그룹 측이 최고경영자(CEO)인 비크람 팬디트를 교체하거나 회사 전제 또는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에서부터 정부가 공식적으로 씨티그룹을 보증하거나 새로운 자금지원을 하거나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는 불확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정부가 씨티그룹을 다른 대형은행과 합병하는 것을 돕거나 스위스 정부가 UBS에 했던 것과 같이 대규모 자산 매입을 통해 자본을 투입하는 것 등도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씨티그룹과 정부 측의 논의는 주말에도 계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씨티그룹의 구제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홀랜드앤코의 마이클 홀랜드 회장은 "씨티그룹은 '몰락하기엔 너무 큰 범주'에 들어가는 회사라며 정부가 씨티그룹을 구하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 주가는 지난 21일 20% 폭락하면서 주당 3.77달러를 기록, 92년 10월 이후 1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번 주에만 폭락세로 60%가 빠진 씨티그룹 주가는 최고점에 비하면 90%나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205억달러로 US뱅코프에 이어 5위의 은행으로 추락했다.

2006년 말에 2천740억달러로 미국 최대은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자산이 부실화되면서 이번 3.4분기까지 4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 1년간 202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또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관련 자산의 부실화가 지속되면서 앞으로도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씨티그룹의 손실과 자산상각 규모는 650억달러에 달하고 이중 절반 이상이 모기지 관련 투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당초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키로 했던 계획을 바꾼 것도 은행의 건전성 회복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씨티그룹에 타격이 됐다.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면서 씨티그룹은 5만2천명을 감원키로 하고, 개인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왕자가 지분을 현재 4% 수준에서 5% 정도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아무 약발도 듣지 않았다.

또 회사의 분할 매각 방안 등에 대해서도 팬디트 CEO는 21일 직원들에게 현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생각은 없으며 매각설이 나도는 스미스 바니 증권도 계속 갖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은행은 씨티그룹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아직 대부분의 거래처와 고객들은 이탈하지 않고 남아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 GM 파산보호 신청도 검토 =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이사회가 파산보호 신청 방안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릭 왜고너 GM 회장이 의회 청문회 등에 출석해 계속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지만 아직 구제 방안은 확정되지 않은 채 보유 현금이 고갈되고 있는 GM은 생존을 위해 남은 시간이 갈수록 촉박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자동차산업 구제법안 표결을 다음 달로 연기키로 한 상태다.

의회는 자동차사에 자구노력 방안을 다음 달까지 제출토록 했고 자동차사들은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융권에 이어 자동차사까지 구제하는 것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아 쉽게 지원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왜고너 GM 회장은 의회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1년안에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개인들의 소득과 정부의 세수도 대폭 주는 등 미국 경제에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와 의회가 조속한 지원에 나설 것을 압박해왔다.

WSJ는 GM 이사회가 파산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지난 18일 미 상원 금융위에 출석해 "파산 신청은 회사를 살릴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힌 왜고너 GM 회장의 의중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WSJ의 보도에 대해 GM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 이사회가 파산 방안에 대해 토론한 것은 맞지만, 파산 신청이 회사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며 경영진이 "파산 신청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