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까지 추가 발굴

제주국제공항의 4ㆍ3 유해 2차 발굴지에서 수십여구의 유해가 발굴돼 일반에 공개됐다.

㈔제주4ㆍ3연구소는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 18일부터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측 지점 1천여㎡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총 53구의 유해가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유해들은 현재의 지면에서 약 4.5m 가량 파고 들어간 지점의 장축 15.5m, 단축 4.3∼5.4m 구덩이에서 발굴됐다.

구덩이 남쪽면의 유해 37구는 대부분 뒤로 손이 묶인 채 3∼4겹으로 압착돼 있었으며 일부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겹쳐진 상태로 확인되기도 했다.

반면 구덩이 바닥면에서 확인된 16구의 유해는 압착되지 않고 중첩양상도 단순하며 비교적 곧바르게 누워 있어 남쪽면의 유해와 매장 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탄피, 탄두, 버클, 벨트, 단추, 일본 동전, 고무신, 고무줄, 유리판 등의 유류품이 다수 발굴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양여하(81) 할머니는 "오빠가 예비검속으로 끌려갔다가 처형 당해서 여기에 묻혔다"며 "발굴된 유해라도 보면 오빠를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사진을 갖고 왔는데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제주4ㆍ3연구소는 이날 1차 현장설명회에 이어 내년 1월까지 발굴작업을 마무리하고 같은해 9월까지 유해 .유류품 보존처리, 감식, 유가족 채혈 및 유전자 확인작업을 거쳐 합동영결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제주4ㆍ3연구소는 지난해 8월 30일부터 12월 15일까지 제주공항에서 2단계 1차 B지점 유해 발굴 사업을 벌여 학살.암매장 구덩이와 유해 100여구, 유류품 659점을 발굴 수습했다.

속칭 '정뜨르 비행장'으로 불렸던 제주공항에서는 1949년 10월 4ㆍ3사건 진압군이 군법회의를 통해 사형선고를 내린 249명과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8월 예비검속으로 연행된 500여명이 집단 학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