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중후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이 공식 전망은 아니지만 정부 전망치는 9월말 5%에서 11월초 4%에 이어 이번에는 2% 중후반대로 추락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이러다간 매월 1%포인트씩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우려도 나온다.

◇ 갈수록 쪼그라드는 성장률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이 너무 가변적이고 유동적인데다 최근엔 급전 직하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세계 실물경제를 강타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론이고 경제예측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을 놓고 수정을 거듭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9월30일 당초 예산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내년 성장률을 5%로 봤지만 9월 중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의 파고가 실물경제를 뒤덮기 시작하자 거의 30년만에 수정예산안을 짜면서 11월3일에는 4%(3.8~4.2%)로 수정했다.

지난 3일엔 성장률 전망을 수정하면서 3% 안팎, 다시 말해 2%대 후반까지 떨어질수도 있다고 봤지만 같은 날 발표한 재정지출 확대 10조원과 추가 감세, 규제 완화 등 부양책을 통해 1%포인트를 끌어올릴 수있다며 4%로 전망했다.

하지만 강 장관이 이날 성장률이 2% 중후반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한 달 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마치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 수출.내수 동반 추락 때문
이처럼 전망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침체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을 보면 11월 들어 지난 17일까지 수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정도 감소하고 수입금액도 6%대의 마이너스를 보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11월에는 감소세로 뒤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내년 수출도 4천900억 달러, 수입은 4천956억 달러, 무역수지는 56억 달러 적자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의 2대 시장이자 전체 수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다 유럽 경기마저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개도국 시장도 심하게 움츠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대 시장인 중국까지 흔들리고 세계경제가 서로 얽히고 설켜 있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우리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미 수출도 줄어들고 이는 추가로 우리의 대중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형국인 것이다.

내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전국 가구의 3분기 월평균 소비지출은 229만5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늘어났지만 실질소비는 2.4%가 감소,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도 이런 상황 때문에 내년 민간 소비가 2.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내년에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경기 하강을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게 정책 방향이지만 닫은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얼어붙은 기업들의 투자 역시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수정예산안을 내면서 애초 9%로 봤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4%에 그칠 것으로 5%포인트나 깎아내렸다.

◇ 그래도 4% 유지
이런 불투명한 상황 때문에 내년 성장률 전망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망의 근거가 계속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일 내놓았던 성장률 전망치 4%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2% 중반이라는 수치를 딱 찍었다기보다 향후 성장률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당국자는 "선진국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그 영향권에 있으며 이런 외부 변수에 따라 우리 성장률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로서는 수정예산안의 전제가 됐던 4%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전망치를 수정한 게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더욱이 민간 연구기관들이 3%대 초반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직도 4%를 붙잡고 있는 데는정책적 의지와 목표 의식이 담겨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