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100위권 운명 17일 '살생부'가 판가름
미분양에 묶인 돈만 45조…구제금융 '깨진 독' 물 붓기
'대주단 협약' 가입해야…대출 연장·자금 수혈




'제2의 신성건설을 막아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해양부 등 부동산 정책 관련 정부 부처는 13일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신성건설이 하루 전 법정관리(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 부처는 채권금융단 협의체인 대주단(貸主團)의 '협약 기준'을 논의했다. 금융회사들은 이 기준에 따라 오는 17일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 이내의 건설업체와 대주단 협약 가입 여부를 판가름한다.

대주단 협약에 들어오는 건설사에는 대출 및 보증을 1년 연장해 주고 신규 자금도 공급하는 '단방약'을 처방한다. 반면 가입 문턱을 못 넘는 건설사는 채권단 평가를 거쳐 프리워크아웃·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를 통해 구조조정되거나 정리된다. 유동성 문제가 없는 상위 15개사는 협약 가입 대상에서 아예 빠진다. 100위 밖의 건설사들은 신용위험평가(A∼D)에 따라 별도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Fast Track)이 적용된다.

◆미분양으로 묶인 돈만 45조원

건설업체 자금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분양.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15만7000채를 넘는다. 업계는 미신고분을 포함할 경우 25만채 이상으로 추산한다. 미분양으로 묶인 돈만 45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게 업계의 추정이다. 건설업계의 자금난은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72개 건설사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미분양 등으로 받지 못한 미수금 비율이 전체 매출액의 51.9%.1년 전 44.8%보다 7.1%포인트나 높아졌다.

건설사들은 급한 불이라도 끄기 위해 만기가 촉박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의 기간 연장을 읍소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냉정하다. 신용도가 A등급인 건설사라도 대출기간을 늘려주면 대출금 일부는 갚도록 하고 있다. 만기연장분에는 5∼6%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얹어진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PF대출 만기연장을 유도하고 있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음 주 건설사 퇴출여부 결정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신성건설이 대표적인 예.정부는 지난달 초 부도 위기에 몰린 신성건설에 주택공사를 통해 선공사비 72억원을 긴급지원했지만 법정관리 신청을 막지 못했다. 이 회사의 빚은 2456억원.몇십억원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금융회사들은 도미노 부도로 자신들마저 쓰러질까봐 '환부'를 도려낸다는 각오다. 금융감독원은 100대 건설사의 유동성을 분석한 결과 27개 기업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신성건설 등 7개사는 회생 가능성이 낮은 '시한부 생존기업'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건설업체의 유동성을 위해 지난달 10조원에 달하는 지원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행에 상당한 기일이 필요한 대책이 많은 데다 일부 방안은 실효성마저 우려된다. 대한주택보증은 미분양 펀드가 사들이는 아파트도 분양보증을 해주기로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태호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달 말까지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각종 법률안 정비를 마칠 예정"이라며 "현재 매입할 미분양 주택을 심사하고 있는 등 지원책이 실행되고 있어 일부 건설사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권/김현석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