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와 경기 불황의 영향이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대중문화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광고시장 침체에 따른 방송가의 긴축 경영으로 드라마 축소, 스타 출연료 인하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으며, 충무로에서도 투자유치 부진과 관객 감소로 영화 제작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쇄적으로 개별 연예인과 매니지먼트 업계도 생존을 위한 일거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위기를 맞고 있는 대중문화계의 실태와 자구책을 방송ㆍ영화ㆍ매니지먼트업계로 나눠 점검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보다 훨씬 더 힘들어요.

입사 후 회사 안팎으로 이런 상황을 맞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MBC의 한 고위 간부)
경제 위기로 광고 매출 감소 등의 직격탄을 맞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즘 '체감 경기'는 영하에 가깝다.

급성장하고 있는 뉴미디어의 도전도 받고 있는 방송 3사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KBS, MBC, SBS 등의 10월 광고 매출은 지난해 10월보다 24.6% 나 줄었다.

MBC는 4분기 광고 매출이 작년보다 5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KBS는 올해 9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각 방송사는 잇따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면서 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수십 년 동안 성장을 거듭해 온 방송사들은 제작비 절감, 임금 삭감 등을 논의하며 경제 위기를 견딜 '내성'을 키우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비용 거품을 빼기 위해 지상파 방송 3사가 공조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3사 드라마 책임자들은 최근 회당 80분까지 늘어난 주중 드라마의 방송 시간을 72분 내로 줄이기로 합의했고, 배우 출연료 문제 등도 논의했다.

◇KBS

KBS는 10일 비상경영 대책회의를 열고 강도 높은 경영개선책 추진을 예고했다.

KBS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내년 적자 규모가 1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은행 차입금도 내년에는 2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병순 사장이 참석한 이날 비상경영 대책회의에서는 인력운용 효율화, 아웃소싱, 팀장급 간부들의 임금 자진 반납 등의 안을 논의했다.

또 수신료 인상을 위해 인건비 점유율 인하, 방송제작비 효율화 등 자구노력을 이행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KBS는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들의 외부 MC를 내부 MC로 대폭 교체하고 있다.

정관용, 윤도현, 김제동 등 상대적으로 몸값이 높은 진행자들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켰다.

또 KBS는 6월에 신설한 2TV 일일드라마를 폐지하기로 했다.

100회 기준으로 약 250억 원이 투입되는 대하드라마는 이달 막을 내리는 '대왕 세종' 이후에는 연간 한 편씩만 방송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MBC

지난달 29일 엄기영 사장이 "광고매출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전 사원이 비용을 줄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방송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긴축 경영 체제'를 선언한 후 '거품 줄이기'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우선 사측과 노조는 인건비 절감안을 놓고 막판 협상 중이다.

상여금, 연월차수당, 업무추진비 등의 삭감폭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측은 명예퇴직, 안식년제 도입 등을 통해 인건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C의 경비 절감 의지는 5일 발표한 가을 TV 개편안에서도 읽을 수 있다.

평일 오후 5시35분 시간대에 재방송 프로그램을 투입하는 파격적인 편성안을 확정했고, 지난주 종영한 '내 여자' 이후 주말 밤 드라마는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재방송이 편성된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1998년부터 전파를 탄 장수 시사교양프로그램 '생방송 화제집중'이 방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년 제작비로 약 20억 원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밤 드라마는 방송사에서 외주제작사에 회당 1억 원 안팎의 제작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BC로서는 주말 밤 드라마를 폐지함으로써 매주 2억 원에 가까운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SBS

SBS도 '신의 저울'을 끝으로 금요 드라마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드라마 폐지를 통한 경비 절감에 나섰다.

또 일일드라마의 폐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SBS는 지난달 말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사보 특별판을 통해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 한파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상경영계획안은 구체적인 비용 절감 방안으로 ▲광고수익이 직접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프로그램 대체 ▲고비용 저수익 프로그램 대체 ▲해외촬영 억제, 인적 제작요소 비용 및 출연료 절감 ▲임원보수 10% 반납 ▲회의비, 접대비 등 식대성 비용 30% 감축 등을 제시했다.

SBS는 4분기 광고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콘텐츠 로열티 수익 증가 등 사업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수익이 줄고 영업비용은 제작비 증가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 영업이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