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의 20% … 경기침체로 유통사 소매점포 줄줄이 폐쇄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미국 소매 유통업체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매장을 축소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좀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2위 가전유통업체인 서킷시티는 3일 미국 내 매장 700곳 중 155개를 폐쇄하고 최대 73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판매난이 심화된 데다 가전업체들이 신용공여를 꺼리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부 매장 폐쇄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임스 마컴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매장 폐쇄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유동성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킷시티는 점포 폐쇄로 매출이 14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클 수어스 S&P에쿼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서킷시티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킷시티는 2분기 수익성 악화로 주가가 급락해 뉴욕증권거래소(SEC)로부터 상장 유지가 어렵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연말 특수를 기대해야 할 시점에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소매 유통점들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남서부 지역에서 149개 매장을 운영해온 백화점 체인 머빈스는 판매난을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이 회사는 홀리데이 시즌에 점포정리 세일을 한 뒤 24개 백화점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 1700여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신발 할인유통업체로 지난 7월 파산보호 신청을 낸 슈파빌리온은 올해 재고정리 판매를 마무리하는 대로 미 전역 64개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 의류 및 가정용품 등을 판매하는 할인 매장 밸류시티도 지난달 파산 신청을 내고 37개 매장을 폐쇄키로 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스타벅스가 미국 내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600개를 폐쇄하고 전체 직원의 7%에 달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자동차 판매 위축으로 자동차 딜러들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딜러연합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미 전역에서 문을 닫은 딜러는 570곳에 달하며 연말까지는 7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