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유동성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지만 은행에서 대출 받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으며 대출을 조건으로 예금을 수취하는 일명 '꺾기' 관행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오전 약 9분 동안 진행된 라디오 연설에서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전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금융권의 유동성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 대-중소기업 상생으로 실물경제 살린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우리 경제의 기반이 튼튼해지고 대기업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중소기업 지원에 두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10년 전에는 대기업의 과잉투자와 부실이 외환위기를 불러와 대기업 위주의 위기극복 정책에 집중했지만 최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문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금융위기와 관련한 대책으로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가장 먼저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은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사내 유보가 많아 어렵지 않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내수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며 "혹시라도 대기업이 납품 협력 업체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기만 살자고 한다면 중소기업이 어떻게 살아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이달 4일부터 나흘간 '2008 상생협력주간'을 열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문화를 확산시킬 예정이다.

◇中企 대출창구 '꽁꽁'..꺾기 관행도 여전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보증기관의 대출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은행 대출창구의 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융불안이 본격화된 지난 8월 중소기업 대출은 2조6천억 원 늘어나는데 그쳐 7월 6조1천억 원의 42% 수준에 그쳤다.

대출을 조건으로 예금을 수취하는 꺾기 관행도 여전하다.

중소기업 A사는 정부가 발표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최근 한 시중은행에 이른바 '패스트 트랙'을 신청하자 매달 적금 500만원을 달라는 꺾기를 요구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 신용평가시스템 구축이 미진했던 시절에 은행들이 신용보강차원에서 꺾기를 관행적으로 해왔다"면서 "최근 신용평가체계가 세밀해지면서 각 영업점에서 꺾기를 못하도록 명문화하고 있지만 대출시 부채상환재원 마련용으로 적금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장 전형적인 꺾기가 대출을 조건으로 예적금을 유치하는 것"이라며 "은행 검사를 나가면 꺾기 관행을 중점 점검하고 있고 적발되면 임직원 문책 등 중징계 조치를 취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꺾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며 은행권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주에 개별은행과 대외채무 지급보증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 유동성 공급 계획을 제출 받을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또한 이미 발표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의 보증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최윤정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