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볼이 잘 안 들어오네요. 눈 감고 한 번 돌려 볼까요?"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은 가볍게 미소를 머금고 말했지만 약간 초조한 기색이 엿보였다.

일본시리즈에서 아직 안타를 때리지 못한 탓인지 부담감은 지울 수 없었으나 결정적인 순간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는 장타를 뿜어내겠다는 의지만큼은 대단했다.

이승엽은 3일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 세이부 돔에서 오후 3시 반부터 두 시간 동안 팀 훈련을 치르고 4일부터 열리는 세이부 라이온스와 일본프로야구 일본시리즈 3-5차전을 준비했다.

밀폐된 도쿄돔에서만 포스트시즌을 치르다 바깥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세이부 돔에서 일전을 벌이는 이승엽은 추운 날씨를 대비해 유니폼 상의에 검정 스웨터를 입고 훈련에 임했다.

세이부 돔은 비가 내릴 때도 경기를 할 수 있게끔 지붕만 덮었을 뿐 일반 구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러닝과 스트레칭, 캐치볼과 수비 연습 순으로 몸을 푼 이승엽은 배팅케이지에 들어서 15분간 좌투수, 우투수를 상대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몸쪽 공은 버리고 바깥쪽 공만 노리겠다"고 말한 이승엽은 철저히 밀어치는 연습만 했다.

그는 "타격감은 여전히 괜찮다. 배팅을 해보니 예상대로 볼이 잘 뻗어간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올해 타격 부진으로 4월14일 2군에 가는 바람에 인터리그를 건너뛴 이승엽은 1년 만에 세이부 돔에 선다.

퍼시픽리그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에는 자주 찾았던 곳으로 그는 "이 곳에서 그리 나쁜 기억은 없다. 타구가 괜찮았었다"고 회상했다.

일본시리즈 1-2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삼진 4개, 볼넷 3개를 얻었던 이승엽은 방문 3연전에서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때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철저히 자신을 거르거나 위협구를 뿌리고 나서 유인구로만 상대하는 세이부 투수들의 전략에 이승엽의 고민도 깊은 듯했다.

그는 "상대 투수가 좋은 볼을 잘 주지 않는다. 하지만 느긋하게 생각하겠다. 팀 관계자들은 초조하겠지만 나까지 흔들리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중심을 잡고 상대 투수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도록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본시리즈 3차전은 4일 오후 6시15분 세이부 돔에서 열린다.

(사이타마<일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