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을 예뻐해주시는 팬들이 아직 많아서 기분 좋아요"
국내에서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대회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열린 2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챔피언조에 갤러리가 몰리는 것이 통례지만 이날은 챔피언조보다 1시간 먼저 티오프한 그룹에 가장 많은 팬들이 따라 붙었다.

박세리(31), 김미현(31.KTF)가 동반 플레이를 벌였기 때문.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LPGA 투어에 진출, 오늘날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의 '대세'로 자리잡는데 밑거름이 됐다.

한마디로 한국 여자골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선수들이다.

게다가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상금랭킹이 가장 높고 빼어난 미모로 인기가 높은 폴라 크리머(미국)가 박세리, 김미현과 함께 경기에 나서 관중몰이에 힘을 보탰다.

1천여명이 넘는 팬들이 1번홀부터 이들을 따라 다니며 샷 하나에 탄성과 환호성을 울려 마치 두 선수가 우승 각축전을 벌이는 듯 했다.

"골프하면 역시 박세리와 김미현 아닙니까", "우승 못해도 둘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즐겁다", "요즘 선수들은 사실 얼굴도 잘 몰라요.

박세리와 김미현은 워낙 오래 봐왔잖아요"
갤러리들 사이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1타를 잃어 공동 17위(이븐파 216타)로 대회를 마친 박세리는 "선수들은 갤러리가 많아야 신이 나서 플레이를 잘 한다"면서 "많은 팬들이 찾아주셔서 함께 경기를 치른 폴라에게 체면이 살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어제 김미현 선수가 공개 프러포즈를 받을 때 지켜봐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박세리는 "공식 대회에서는 기억도 안날 만큼 오랜만에 동반 라운드지만 늘 연습도 같이 해서인지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김미현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표시했다.

최종 라운드에 앞서 약혼자인 유도선수 이원희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받은 김미현은 1타를 줄여 공동 13위로 마무리한 뒤 "너무 많은 팬들이 지켜봐줘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크리머는 "오늘 마치 US여자오픈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한 느낌"이라면서 예상 밖에 많은 관중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