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지구 분양가 3.3㎡당 1033만원…최근시세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정 모씨(30)는 요즘 울화통이 터진다. 2006년 당시 내집마련을 위해 강동구 강일지구 내 33㎡(10평)짜리 철거가옥을 1억5000만원에 매입했지만 수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만 봤기 때문이다. 최근 SH공사가 결정한 특별공급 분양가 내역을 보면 정씨가 입주할 전용 110㎡(33평)형은 3억5000만원 정도.원주민으로부터 입주권만 샀기 때문에 보상금은 한푼도 받지 못해 3억5000만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강동 일대 입주물량 폭탄으로 인해 비슷한 평형대의 주변 아파트 시세가 최근 4억7000만원대까지 떨어졌음을 감안할 때 총투자비 5억원에서 3000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

2일 서울시 산하 SH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강동구 강일지구 내 특별공급 대상자 1712가구에 대한 분양가를 확정하고 이달 말까지 분양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1033만원이다. 과거 특별공급 가격은 일반분양가보다 20~30% 정도 싼 가격에 책정돼 '철거민 딱지=로또'라는 등식이 생겼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강일지구의 특별 분양가는 은평뉴타운의 일반 분양가격(3.3㎡당 1041만~1348만원)과 비교해 3.3㎡당 100만~200만원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아 해당 입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원주민(800여가구) 가운데 1960~70년대 서울시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인해 형성된 33㎡대 판자촌에서 살던 서민들이 적지 않아 이 같은 반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입주민은 "2005년 당시 집 한 채 보상금이래야 고작 4000만~5000만원 정도밖에 못 받았다"며 "이제와서 아파트 입주를 하려면 3억5000만원을 내라고 하니 그냥 쫓겨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울시 정책에 따라 일반분양분을 장기전세주택으로 전환한 데다 토지 감정가격을 착공 시점인 2006년을 기준으로 해 분양가가 다소 높아졌다"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입주권을 포기하면 내달 공급할 임대주택에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