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피해자 증언...좌담회선 검찰 정치.권력화 `쓴소리'

"한이 너무 많이 남아 내가 죽거든 비석에 `간첩이 아니다'라고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송씨 일가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 송기복(여)씨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검찰의 과거사 반성 촉구 및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에서 간첩으로 몰렸던 억울함을 이렇게 호소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1992년 송씨 일가가 북한 노동당 인사에게 포섭돼 25년 동안 암약했다며 안기부가 29명의 일가 전체에 대해 간첩 누명을 씌운 사건.
송씨는 "검찰 조사에서 간첩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다른 가족들이 모두 인정했다며 억지로 피의자 신문조서에 도장을 찍게 했다.

친척들은 안기부에 다시 끌려가 고문을 당할까 봐 검찰 조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양기씨 간첩조작 사건'의 김양기씨도 "검찰은 권력자에게 협조할 뿐 내 말은 완전히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86년 보안사가 귀금속 분류업을 하는 그를 붙잡아 각종 가혹행위를 저지른 뒤 간첩사건으로 조작했으나 검찰이 김씨의 항변을 묵살한 채 보안사 조사 내용대로 김씨를 기소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사님께 보안사에서 받은 고문을 설명하고 허위자백을 했다고 말했지만 `나보고 어쩌란 거냐. 이 자식은 사형감'이라며 슬리퍼로 뺨을 때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얼마 전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사건으로 선정돼 재심 권고를 받았지만 검찰은 23년 동안 일언반구도 없었다.

창설 60년이 됐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양인데 나이가 60이 됐으면 이젠 사람도 되고 정신도 차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좌담회에서도 검찰의 정치화.권력화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검찰은 수사와 기소라는 형사사법권을 가진 `아주 특별한 권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민주적ㆍ참여적 법치가 실현되려면 `검사동일체'의 검찰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말단부터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10여개에 달하는 검찰 계급은 가뜩이나 권력지향적인 검사들로 하여금 더욱 권력을 추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정치인인데 장관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검찰을 감시.감독해야 할 법무부의 주요 보직이 검사로 채워지다보니 `법무부는 곧 검찰청'이라는 왜곡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욱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도 검찰조직은 모든 검찰 관계자가 최상급자를 정점으로 한 위계적 구조로 서열화돼 있고 인사권을 통해 조직의 모든 곳에 대통령,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의 의사가 관철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검장을 관내 주민의 선거로 선출하고 이들과 국회에서 선정한 인원이 함께 검찰총장을 선출하는 방향으로 검찰조직을 구성하면 대통령이나 상급자에게 예속되는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대 교수는 "검찰개혁의 과제는 검찰의 정치성을 중립화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성을 민주주의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검사장 선출제나 외부인사의 인사위원회 참여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이한승 기자 noanoa@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