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부담에 수익성 한계…실물경제 불안 고조

중장기 투자 고려…내년 3~6월이 매수타이밍

틈새상품에 투자…지역·주택규모 갈아 탈 '찬스'

국내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두고 본격적인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들이 크게 늘고 있다. 상반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연초부터 조금씩 하향조정을 받던 집값이 이달 들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폭탄을 맞으면서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세도 이례적으로 커지고,매수세는 완전히 사라져 거래는 자취를 감췄다. 따라서 요즘 같은 하락기에는 가격 동향을 주시하다가 각자 여건에 비춰서 시세가 '바닥'이라고 판단될 때 도전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주택시장 대세하락 전망 우세

'대세하락'이란 추세적인 가격하락을 뜻한다. 이때는 적어도 3~4년 정도 약세와 하락세가 지속된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주택 200만채 공급이 본격화된 1991년부터 5년간 대세하락을 경험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추세가 '브이(V)자'를 그리며 반등한 것도 대세하락을 겪었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개인적으로는 대폭락이란 전망엔 동의할 수 없지만,시장 변수들이 모두 최악인 상태여서 대세하락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부동산시장은 수요자들의 금리 부담과 투자 수익성이 한계에 달했고,실물경제 위기도 예상외로 빠르게 깊어지면서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미분양 아파트 16만가구 중 14만가구가 몰려 있는 지방시장은 대세하락이 맞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도권에선 투매라고 할 만큼 매물이 폭발적으로 늘고있지 않다"며 지방과 수도권 시장을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연말까지 평균 3~10% 하락 전망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값이 3~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합수 팀장은 "추가하락의 기대치가 시장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어 당분간 하락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3%가량 추가하락하고 지역별로는 5% 이상 가격이 떨어지는 곳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실장은 하락폭을 좀 더 많이 본다. 그는 "수도권 시장은 심리적 공황(패닉) 상태가 해소되면 내년 하반기쯤 회복될 수 있지만,앞으로 5~10% 정도 가격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방은 짧게는 3~4년,길게는 5~6년 있어야 상승세로 선회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꼭지점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에 회복된다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는 거시경제가 좋아져 소득이 늘고,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오르는 경제학 이론이 통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재개발 지분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대표는 "뉴타운·재개발 지분값이 폭등하기 직전인 2006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2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전략

전문가들은 일단 수익성보다 '환금성과 안정성'을 투자의 제1원칙으로 삼으라고 강조한다. 원금을 까먹는 투자는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박합수 팀장은 더 보수적이다. 그는 "추가하락기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려면 현금 보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2~4년 정도 중장기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투자시기를 잘 잡아야 한다"며 "내년 3~6월 정도가 적절한 부동산 매수 타이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갈아타기를 노리라고 권한다. 그는 "불황에는 인기·비인기 지역 간 차이,입지나 조망 프리미엄이 줄어든다"며 "외환위기 직후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신동아 130㎡형대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형 간 가격차가 거의 없었다"고 예를 들었다. 지금이 적은 비용으로 주거환경 좋은 곳으로 집을 옮길 찬스라는 얘기다.

미래 투자가치보다는 내재가치를 주목하라는 충고도 나온다. 함영진 실장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높은 아파트 같은 내재가치 높은 물건에 투자하라"며 "이런 상품은 불황에도 하락폭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모든 사람이 비관적이니 반대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6개월 정도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터이니 그때를 준비하라고 권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