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통관기준 원유 구매 3분기 4718억 순익
GS칼텍스, 선적기준 계약 … 첫 분기 영업적자 우려

국내 2대 정유회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3분기 실적이 원유구매 계약 조건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SK에너지는 사들이는 원유의 대부분을 국내 통관 기준으로 계약해 유가 하락 덕을 봤다. 반면 GS칼텍스는 현지 선적 기준으로 구매해 대규모 영업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를 국내로 수송하는 데는 평균 한 달 정도 걸린다. 한 달여 시차는 국제유가 급등락 때 구매 조건이 현지 선적 기준이냐,통관 기준이냐에 따라 큰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당연히 최근처럼 유가가 급락할 때는 현지 선적 기준보다 국내 통관 기준이 유리하다.

SK에너지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밝힌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늘어난 7330억원.3분기 4000억원의 환차손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규모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4718억원에 달했다. 국내 통관 기준으로 원유 구매 계약을 체결,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데다 적극적인 수출드라이브 전략과 석유탐사개발(E&P) 사업부문의 호황 등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는 설명이다. SK에너지의 3분기 매출은 수출지역 다변화 등을 통한 해외판매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14조3162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올 3분기 사상 첫 분기 영업 적자까지 우려하고 있다. 현지 선적 기준으로 원유를 구매하는 계약 조건이 실적 악화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바이산 국제유가는 지난 7월 배럴당 131달러(월 평균)에서 8월 112달러,9월에는 평균 95달러대로 떨어진 데 이어 최근 들어 5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천억원대의 환차손을 입은 GS칼텍스로서는 원유 구입 단가까지 높아 이중 손실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석유공사의 통관기준 3분기 원유 도입단가를 기준으로 할 때 SK에너지는 116.42달러,GS칼텍스는 124.64달러로 8달러가량 높게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는 벙커C유를 휘발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 설비 마진을 포함,정유사의 복합정제 마진을 배럴당 2~3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원유 정제 때 경쟁사에 비해 배럴당 5~6달러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GS칼텍스 측은 "원유 구매조건은 유가 추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하는 문제이지만 산유국과 맺은 최초 계약을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