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32)이 센트럴리그 챔피언결정전 격인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번트 지시'의 수모를 이겨내고 요미우리 이적 뒤 첫 포스트시즌 홈런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이승엽은 23일 도쿄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스와 클라이맥스 시리즈 제2스테이지 2차전에서 8-2로 앞선 7회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하고 나서 처음으로 나온 포스트시즌 홈런이자 이날 요미우리가 터트린 4번째 홈런.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 앞선 타격 연습에서 이례적으로 피칭 머신을 이용해 번트를 대는 연습을 했다.

일본으로 이적한 뒤로도 자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고 서툰 번트 실력이었지만 이승엽은 10여 차례 번트 연습을 한 뒤에야 배팅볼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은 1차전에서 3-3으로 맞선 8회말 무사 1루에서 이례적으로 나온 번트 사인에 따라 번트를 댔지만 1루수 플라이로 돌아서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4번 타자로서 자존심이 상한 순간이었고 일본의 야구 관계자들도 이날 이승엽에게 번트를 지시한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작전에 대해 무리한 작전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클라이맥스 시리즈 기간 다시 번트 지시가 나올 가능성도 희박했지만 이승엽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 묵묵히 번트 연습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팀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경기에 앞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이승엽은 이날 1회 우전 안타를 포함해 5타수 2안타로 다짐을 현실로 이뤄냈다.

이승엽의 홈런포를 포함해 안타 17개를 몰아치며 대승을 거둔 요미우리는 시리즈 전적 2승(보너스 1승 포함)1패로 일본시리즈 진출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이승엽의 경기 전 번트 연습은 결국 불필요한 것이 된 셈이지만 이승엽은 이날 활약으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잠시나마 거둬들인 하라 감독 앞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확인한 것임은 틀림없다.

(도쿄연합뉴스) 진규수 기자 nicemas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