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하성 펀드'마저 손절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하성 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계 투자사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Lazard Asset Management LLC) 외 특별관계자 3인의 성지건설 보유주식수는 기존 36만7660주(지분율 6.13%)에서 26만9240주(4.49%)로 줄었다.

라자드에셋은 지난 7월 중순까지 성지건설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오다가 이달 들어 대rj 처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투자사가 5% 이상 지분을 사들였다 그 이하로 줄이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상장사 지분율을 5% 이하로 낮추면 보고 의무가 없어져 지분 변동 사항을 알기 힘들어진다.

라자드에셋은 지난 2006년 5월 10일 LG생활건강 주식을 102만360주(6.53%)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국내 상장사 주식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후 4달만에 이 회사 보유 지분율을 3.95%로 낮췄을 뿐, 대상홀딩스 화성산업 벽산건설 등의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라자드에셋은 이외에도 현재 하이트맥주(11.3%) 크라운제과(15.62%) 삼양제넥스(9.62%) 현대H&S(7.26%) 대한제분(8.6%) 대한화섬(8.1%) 웅진코웨이(13.18%) 에스에프에이(9%) 등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라자드에셋이 증시 폭락세속에 성지건설 주식을 우선적으로 손절매 한 것은 성지건설의 지배구조 개선이 어렵고, 주가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지건설은 올해 초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대주주로부터 이 회사 주식 146만여주(24.3%)와 경영권을 인수한 회사다. 이후 지난 3월 열린 이사회에서 라자드에셋의 반대에도 불구, 성지건설은 박 전 회장의 아들 박경원, 박중원씨 등을 사외 이사진에 앉혔다.

당시 라자드에셋측은 "과거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련됐던 박용오 전 회장의 행적으로 볼 때 성지건설 경영권 인수는 기업의 투명성과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후 라자드에셋은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등 '후일'을 도모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지만, 건설업체들의 주가가 미분양 사태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성지건서 지분을 손절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지건설의 주가는 경영권 이전에 따른 기대감에 지난 2월 말 3만5450원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4000원대 수준까지 급락했다.

최관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해 장기투자 하는 장하성 펀드마저도 로스컷을 할 정도로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IMF시절 수준까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