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6일 오후 늦게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 특파원들에게 `긴급' 메일을 보내왔다.

17일 오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관한 발표를 할 예정이니, 현장 취재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한미간 VWP 가입을 위한 실무협상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절차상 백악관의 공식발표만 남겨둔 상태였지만 그 일정이 마침내 확정된 셈이다.

그동안 "비자 거부율이 높다"는 이유로 한국을 비자면제 대상국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미국이 마침내 한국에 대해 비자면제를 공식화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비자발급을 위한 인터뷰를 위해 한여름 불볕더위 속에서, 그리고 혹한의 겨울에도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는 풍경이 이제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한국을 비롯한 7개국에서 온 특파원들은 국무부와의 약속대로 17일 오전 10시30분 백악관의 북서쪽 출입구에 모였다.

그러나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위한 취재는 비자를 받는 절차만큼이나 까다로웠다.

사전 취재신청을 했던 기자들은 프레스카드와 여권을 일일이 대조하고 삼엄한 보안체크를 거쳐 임시출입증을 받아 백악관 뒤뜰로 안내된 후 다시 한참을 대기해야만 했다.

이어 백악관 보좌관들의 사무실인 서별관을 거쳐 로즈가든으로 안내된 후에도 부시 대통령이 나타날 때까지 추가로 대기해야 했다.

로즈가든에는 단상 뒤편에 맨 오른쪽부터 태극기를 비롯해 VWP 신규가입국이 된 7개국의 국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배치됐다.

이어 오전 11시20분께 7개국의 주요 외교관들과 가족들이 로즈가든에 마련된 좌석에 앉은 후 이태식 주미대사를 비롯한 7개국 대사가 단상에 올랐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로즈가든 단상에 올라 한국 등 7개국을 VWP 신규가입국을 공식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이들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자국민들이 미국 방문을 위한 관광. 상용 비자를 받고자 겪었던 불편과 수수료 부담 등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을 들어왔으며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미 행정부가 비자발급 체제의 개선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VWP 신규가입국 발표는 미국과 해당국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장을 마련하는 것이며 돈독한 우의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3분 남짓 짧게 진행됐다.

이처럼 짧은 내용의 발표가 나올 때까지 그동안 미국을 찾고자 한 한국 여행자들과 비즈니스맨들은 너무나 많은 수고와 비용을 들여가며 기다려야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