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2차 예선(15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치를 대표팀 예비명단 30명을 2일 확정했다.

이번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K-리거의 중용'이다.

경험과 패기의 조화를 강조해 온 허 감독은 경험 많은 해외파 가운데에서는 수비수 이영표(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동진(제니트), 오범석(사마라)과 미드필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넷만 뽑았다.

지난달 10일 북한과 1차전 때는 합류하지 않았던 이영표와 박지성이 허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프랑스 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과 소속팀에서 힘겨운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설기현(풀럼)은 다시 제외됐다.

대표팀에서 줄곧 주장 완장을 차 왔던 미드필더 김남일(빗셀 고베)은 경고 누적으로 UAE전을 뛸 수 없어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허 감독은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새 얼굴'들에게 큰 기대를 건 모습이다.

미드필더 박현범(수원), 송정현(전남), 박희도(부산), 김형범(전북), 송정현(전남)과 공격수 정성훈(부산) 등 무려 여섯 명이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 처음으로 A대표에 발탁될 기회를 잡았다.

이 중 중앙 미드필더 박현범과 측면 미드필더 박희도는 K-리그에서도 새내기다.

하지만 청소년대표 출신 박현범은 올 시즌 16경기에서 2골2도움, 박희도는 20경기에서 2골3도움을 올리는 등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신인왕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최근 잇따라 A매치에 데뷔한 미드필더 이청용과 기성용(이상 서울)이 일찌감치 골맛까지 보면서 허 감독의 신임을 쌓아가는 터라 박현범과 박희도도 내심 태극마크를 기대할 만하다.

프로 5년차 임유환과 김형범, 7년차 정성훈도 아직 A대표로 뽑힌 적은 없다.

하지만 청소년.올림픽대표를 거친 임유환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3골, 프리킥이 좋은 김형범은 23경기에서 5골2도움을 각각 기록 중이고, 정성훈도 26경기에서 8골2도움을 올리며 토종 골잡이의 체면을 세워주는 등 이들 모두 K-리그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줘 왔다.

1999년 전남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송정현에게는 서른둘의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찾아왔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내는 송정현은 1일 부산과 삼성하우젠컵 6강 플레이오프(전남 3-0 승)에서 추가골을 뽑는 등 올 시즌 14경기에서 3골1도움을 올리며 전남 공격의 핵심 선수로 뛰고 있다.

최전방 공격라인은 조재진(전북)이나 이천수(수원) 등 경험 많은 선수들 대신 K-리그에서 펄펄 날고 있는 '젊은 피'로 꾸려졌다.

스물아홉의 정성훈을 제외한 서동현, 신영록(이상 수원), 정조국(서울), 이근호(대구) 등 나머지 공격수는 모두 24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다.

허 감독은 최근 K-리그 공격수들의 몸 상태가 좋고, 해외파와 상대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이들을 대거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는 지난달 28일 광주와 K-리그에서 두 골을 넣는 등 올 시즌 26경기에서 13골(5도움)로 토종 골잡이 중에서는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정조국도 최근 세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2도움)를 기록하는 등 물오른 공격력을 뽐내며 소속팀 서울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