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지역 집값이 곤두박질치면서 심리적 가격 저지선마저 무너졌다. '어디에 무슨 아파트는 최하 얼마'라는 식의 마지노선이 깨진 것.

정부는 지난 2개월간 세 차례나 주택 세 부담 완화 및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집주인들이 매수자와의 힘겨루기에서 백기를 들어버렸다.

분당신도시 이매동 W공인 관계자는 1일 "105~109㎡형(30평형대) 아파트를 6억원 밑으로는 팔 수 없다는 사람들이 추석 이후에는 5억원대에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삼성아파트의 경우 5억8000만원에도 매물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이매동 성지아파트 105㎡형이 5억원에 나와 몇몇 매수자들이 집을 보러가기도 했다. 이매동 인근 서현동 대우아파트는 '5억원대 벽'이 깨졌다. 대우아파트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최근 4억8000만원짜리 매물이 몇 건 나왔지만 매수인이 칼자루를 꽉 쥐고 있는 형국이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며 "4억원 초반에 나와도 매수세가 붙을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용인시 사정은 더욱 심각해 3.3㎡(1평)당 1000만원을 밑도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집값이 치솟았던 용인이 3.3㎡당 1000만원이라는 '굴욕의 선'마저 힘없이 넘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용인시에서 3.3㎡당 1000만원이 안 되는 아파트는 20만가구에 이른다. 수지구 상현동 성원1차 아파트 108㎡형은 한때 4억원을 호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2억9000만원에 살 수 있다. 그런데도 문의는 뜸하다.

J공인 관계자는 "수지구 상현동은 용인에서도 집값이 비싼 지역 가운데 하나인데 3.3㎡당 1000만원 미만 아파트가 상당히 늘었으며 거래도 실종됐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은 급매물이 10억원대 이하에서 거래됐지만 요즘에는 일반매물도 10억원을 넘지 않는다. 연초와 비교하면 5000만원 떨어졌다. 서초구 잠원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114㎡형은 6억원이 깨져 5억원대 매물이 나온다. 한 때는 7억3000만원을 호가했던 물건이다. 서초구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는 반포자이(3410가구)의 연말 입주를 앞두고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10억원대가 붕괴된 주택은 송파구의 문정동 올림픽훼미리 142㎡도 포함된다. 지난해 1월 13억3500만원까지 올랐으나 지금 호가는 9억7000만원 선.강동구 암사동 한강현대 109㎡형은 올초보다 7500만원이나 하락한 4억9000만원에 호가돼 5억원대가 무너졌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원리금 상환과 1세대2주택 보유처럼 다급한 상황에 놓인 집주인들이 가격보다 매매성사에 관심을 두고 매도희망가격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매수자 입장에선 인기지역의 좋은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