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이나 외국 단기 자금시장에서 1년 이하 단기 차입을 통해 외화의 수요를 근근이 맞춰나가고 있다. 은행들은 외화의 조달 및 운용의 만기를 맞추기 위해 앞으로 국내기업에 대한 외화대출 만기를 대폭 줄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이 이뤄진 지난 14일 이후 최근까지 5억2000만달러를 차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이번에 차입한 달러의 만기는 모두 1년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1년짜리가 3억달러,6개월 만기가 2억2000만달러였으며 차입 건수는 6건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자금시장이 마비된 상태에 가까워 장기 차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산금리는 리보(런던은행 간 대출금리) 대비 90~100bp(100bp는 1%포인트) 수준이다.

기업은행이 이달 들어 조달한 달러도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모두 만기가 1년 미만이다. 1억4000만달러는 6개월 만기,1년 만기는 8500만달러였다. 조달금리는 리보에 80~110bp를 더한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사정은 국책은행들보다 더 나쁘다. A은행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조달한 달러가 3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며 그나마 만기는 모두 2개월이다. B은행은 지난주 후반 중국계 은행으로부터 4000만달러를 리보에 127bp를 더한 수준에서 차입했다. 만기는 2주일에 불과하다. 은행 자금부 관계자들은 "지금은 달러를 조달하는 데 있어 만기나 가산금리보다 차입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가 관건인 실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런 이유 때문에 1년짜리 가산금리를 100bp 안팎에서 맞췄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