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석의 '모래알 한나라당' … 親李분열로 중심세력 붕괴
요즘 한나라당은 선장없는 배와 같다. 주요 현안에 대한 목소리가 중구난방이다. 친박 복당문제와 원구성 협상,추가경정예산안 처리,종부세 개편 등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해결한 게 없다. 각종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적전분열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172석의 절대과반을 확보하고도 빈 골대 앞에서 헛발질하는 거대 집권여당의 현주소다.

왜일까. 무엇보다 구심점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으로 친이세력의 지원을 받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박희태 대표는 관리형이다. 계보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원외인 데다 차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대통령의 원격지원을 받고 있지만 당정분리로 인해 한계가 노정된 상태다. 애당초 박 대표에게 힘이 실리기는 어려운 구조다.

박 대표의 이런 약점을 보완해온 게 홍준표 원내대표였다. "자기가 대표냐"는 얘기를 들어가면서 취임 초반 군기반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전제돼 친이세력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때의 일이다. 그런 홍 원내대표가 연말개각론 등 독자목소리로 청와대와 건건이 충돌하면서 이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졌고 친이도 돌아섰다. 결국 추경안 강행처리 실패로 친이 측의 사퇴압력에 시달리는 등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이러다보니 당은 사실상 리더십 부재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친이세력이 내부 권력다툼으로 4분5열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 대통령 취임 때만 해도 외형상 하나였던 친이계는 현재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임태희 주호영 의원 등 이 대통령 직계그룹과 공성진 진수희 의원 등 소장파 중심의 이재오 전 의원 그룹,초선 중심의 독자파 등으로 분화돼 있다. 목소리도 제각각이다. 구심점은커녕 갈등의 중심에 서기 일쑤다. 당의 중심세력이 붕괴됐다는 의미다.

또다른 한 축인 친박계는 이 대통령과의 소원한 관계로 '자의반 타의반' 당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해 경선 패배 이후 피해의식이 일정 부분 자리하고 있다. 허태열 최고위원과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 등 당직을 맡은 극히 일부 인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겉도는 이유다. 추경안 강행 처리시도 시 자리를 비운 예결위원 7명 중 5명이 친박계였던 점은 이와 무관치 않다. 단합된 힘을 기대하긴 무리다.

여기에 개혁 성향 초선 의원들의 대거 등장은 보수정당에서 '색깔부조화' 현상을 초래했다. 종부세 논쟁에선 야당의 목소리를 거의 대변하는 의원까지 있었다. 이같이 각 세력의 생각과 지향점이 판이한 데다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십이 없다보니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갈등이 필연적인 '모래알 여당'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