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행유예 메트로직원 해고에 무효판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지방공기업인 서울메트로 직원을 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기업 직원에게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메트로 노동조합 지부 간부인 A씨는 2004년 전국궤도노동조합연대의 파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교섭을 촉구했다.

그 영향인지 저조한 참여율과 부정적인 여론 등으로 메트로의 파업이 철회됐다.

이에 불만을 품었던 다른 노조간부 B씨가 1년 뒤 술집에서 A씨에게 욕설을 하며 불만을 표출하자 A씨는 다른 동료 2명과 함께 그를 폭행했고 B씨도 맞받아치면서 이들 모두 전치 3주 가량의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나머지 3명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에 회사측은 지난해 5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를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인사 규정을 들어 A씨 등 3명을 당연퇴직 처분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자 회사측은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공익성이 강한 지하철 운송업은 직원들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므로 국가 및 지방 공무원법과 마찬가지로 금고 이상의 형을 퇴직사유로 봐야 한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 역시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종관 부장판사)는 서울메트로가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방공기업인 메트로 직원들에게도 상당한 도덕성이 필요하지만 공무원과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관련법도 임원들에게 공무원보다 덜 엄격한 결격 사유를 두고 있고 직원에 대해서는 별도 퇴직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퇴직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A씨 등은 10∼20년 이상 큰 과오 없이 근무했으며 파업의 조기 종료에도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용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