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홈플러스-홈에버(구 까르푸) 기업결합을 승인함으로써 이마트-월마트에 이어 올해 유통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일단락됐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결정에서 '독과점 우려가 있는 일부 점포 매각'이라는 조건을 달지 않아 홈플러스는 홈에버 35개 점포를 합병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업계 1위인 이마트 추격에 가속 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공정위는 다만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는 5개 점포에 대해 주요 상품 가격을 경쟁 가격 수준이하로 유지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건을 달았지만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점포매각 시정조치가 없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홈에버 점포들을 새로운 홈플러스로 새단장해 고객들에게 홈플러스만의 좋은 서비스, 가치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홈플러스, 이마트 추격 발판 마련

홈플러스는 올 5월 이랜드로부터 홈에버 35개 점포를 전격 인수하고 곧바로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지 4개월만에 합병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홈플러스는 홈에버 점포 35개를 합쳐 기존 점포 72개 등 전국에 총 107개 점포를 확보하게 된다.

대형 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 116개를 바짝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로써 국내 대형 마트업계는 이마트(116개)-홈플러스(107개)-롯데마트(58개) 순으로 '2강 1중'의 판도가 굳어지게 됐다.

홈플러스는 여기에다 대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면서 대형 마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동네 시장까지 파고들면서 이마트에 비해 점포수의 열세를 만회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이마트와 홈플러스간 1,2위 경쟁을 더욱 가열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독과점 우려' 점포매각 시정조치 없었다

공정위는 2006년 9월 이마트-월마트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반경 5㎞이내(지방은 10㎞)의 범위에서 독과점에 의한 경쟁 제한성이 있는 점포 4-5곳을 매각하라는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었다.

이번 홈플러스-홈에버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7~14곳의 점포가 매각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마트-월마트 때와 달리 점포매각 시정조치를 부과하지 않은 채 기업결합을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가장 큰 이유는 이마트 측이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불복, 제기한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3일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법률위반으로 판결, 이마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 공정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이마트-월마트 기업결합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수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공정위가 이마트-월마트 기업결합 심사 당시와 같은 잣대로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홈플러스에 대해 홈에버 일부 점포를 매각하는 시정조치를 부과할 경우 당연히 홈플러스 측이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법원도 역시 이마트의 판례대로 홈플러스의 손을 들어줄 것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외에 홈플러스 운영업체가 삼성테스코로 영국계 기업이라는 점도 공정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고 있다.

공정위가 외국계 기업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국제 분쟁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공정위는 홈에버 시흥점, 부산 지역의 홈플러스 센텀시티점, 대전의 홈에버 둔산점, 청주의 홈플러스 동청주점, 대구 칠곡의 홈플러스 칠곡점 등 5개 점포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 5개 점포에 대해 3가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주요 내용은 ▲홈플러스가 가격 책정을 하는 100개 상품에 대해 전국 평균 가격 이하의 수준 유지 ▲시정조치 대상 점포과 비교대상 점포간 최저 가격 보상제 도입 ▲ 2년후 신규 점포 개점 등 시장상황이 변할 경우 시정조치 변경 가능 등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