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상품 가격 약세,인플레이션 압력,달러 강세,지정학적 우려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지난 3개월간 이머징마켓 증시와 채권시장을 떠난 자금이 295억달러에 달하며,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금융정보업체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리서치(EPFR)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 8일 하루에만 10억달러를 이머징마켓에서 빼냈다. 하루 유출 규모로는 자료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최대다. 지난주 전체로는 16억달러가 유출됐고,과거 3개월 동안엔 295억달러나 빠져나갔다.

RBC캐피털마켓의 닉 캐미 이머징마켓 리서치헤드는 "투자자들이 7월 들어서 세계 경기 둔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세계 경기 둔화시 이머징마켓이 받는 타격이 더 크기 때문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인해 이머징마켓의 증시와 채권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지난 한 주간 4.8% 하락했으며 지난 3개월간은 22%나 급락했다. 그루지야 전쟁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된 우크라이나 증시는 올 들어 58.8% 폭락했다. 이어 '거품' 논란이 거센 중국이 57% 밀렸고,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된 헝가리도 49% 급락했다. 이 밖에 그루지야 사태 이후 외국 자본 이탈에 골치를 앓고 있는 러시아 증시도 5월19일 고점 대비 46% 빠졌다. 이머징 국가의 국채값도 크게 하락(수익률 급등)했다. 이머징마켓의 국채수익률은 미 국채 금리보다 평균 3.3%포인트 높았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