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가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테니스대회 정상에 올라 자존심을 회복했다.

페더러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 빌리 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앤디 머레이(6위.영국)를 3-0(6-2 7-5 6-2)으로 꺾어 우승 상금 150만달러(한화 약 16억3천만원)를 획득했다.

1968년 오픈 시대가 열린 이후 처음으로 남자단식을 5년 연속 제패한 페더러는 최다 우승에서도 지미 코너스, 피트 샘프라스(이상 미국)의 5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개인 통산 13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프로 선수들에게 문호가 개방되기 전인 1967년 이전에는 US오픈에서 1881년부터 7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리처드 시어스(미국), 1920년부터 1925년까지 정상을 지킨 윌리엄 틸덴(미국) 등이 있었다.

1세트를 6-2로 가볍게 따낸 페더러는 2세트에서는 5-5까지 팽팽히 맞서며 고비를 맞는 듯 했다.

그러나 착실히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6-5로 앞서나간 페더러는 이어진 머레이의 서브 게임에서 상대에게 한 포인트도 내주지 않고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절묘한 패싱샷을 성공시키며 세트스코어 2-0을 만든 페더러는 승리를 예감한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포효했다.

페더러의 예감은 정확했다.

맥이 풀린 머레이를 상대로 페더러는 3세트에서 게임스코어 5-0까지 밀어붙이며 싱거운 결승전을 마감했다.

마지막 게임에서 페더러의 스매시를 머레이가 몇 차례 가까스로 받아 넘겼지만 마지막 머레이의 리턴이 네트에 걸리면서 페더러는 그대로 코트 바닥에 드러누워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머레이는 0-5로 패색이 짙어진 뒤 두 게임을 연달아 따내며 반격에 나섰지만 자신의 서브 게임을 듀스 끝에 뺏겨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호주오픈 4강 탈락,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준우승 등 메이저 무관의 위기에 처했던 페더러는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를 우승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라이벌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이 머레이와 4강에서 지는 바람에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머레이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둬 건재를 과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