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부시 탈피.오바마 차별화 본격 착수

미국 공화당이 4일까지 나흘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각각 정.부통령 후보로 확정, 본격적으로 본선대비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이번 전대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연상케하는 초대형 허리케인 구스타프의 미 남부 강타와 부통령 후보인 페일린의 10대 딸의 임신 파문 및 그녀를 둘러싼 각종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서 제대로 전대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허리케인 여파로 전대 일정 축소 = 공화당은 허리케인 구스타프가 마침 전대 개막일인 1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등 남부해안에 상륙, 큰 피해가 예상되면서 `김빠진 대회'로 전락했다.

당초 참가하기로 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불참하고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 차세대 주자들의 참가도 이뤄지지 못했다.

공화당은 비상상황임을 감안해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후보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지양하고 화려한 축제분위기를 최대한 자제했으며 후보 확정을 위한 정강정책 채택 등 최소한의 정치활동만 실시했다.

이에 따라 축제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언론에 집중 부각시키고 당의 집권청사진을 소개하는 일 등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던 것.
대신 공화당은 매케인 대통령 후보가 전당대회 행사장 주변이 아닌 재해예상지역을 방문, 허리케인 대비상황을 점검하는 등 예비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과시하는 반전의 계기로 삼았다.

또 전대 행사장 주변에선 허리케인 피해지역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서는 등 이재민들과 고통을 분담하려는 모습을 통해 `국가제일주의'라는 매케인 후보의 선거 핵심 이슈를 부각시키고 당 차원의 재난대응능력을 내보일 수 있었다.

◇전대 덮어버린 페일린 스캔들 = 허리케인 구스타프는 1일 미 본토에 상륙하면서 세력이 급격히 약화됐지만 페일린 부통령 후보 지명 이후 구스타프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페일린 스캔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으며 그 여파는 구스타프보다 훨씬 강력했다.

중앙정치무대에 무명이나 다름없는 44세 여성 초선 알래스카 주지사인 페일린이 부통령 후보로 등장한 직후 옛 제부(弟夫)의 해고를 위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17세 딸의 임신 등 각종 악재가 잇따면서 `페일린 스캔들' 먹구름이 전대를 삼켜버리는 듯했다.

더욱이 매케인이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 전까지 지난 2월 단 한차례 밖에 직접 만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매케인의 인사검증체제 및 정치적 판단력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페일린과 관련된 언론의 적극적인 관심과 보도는 페일린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키운 측면도 있어, 지난 3일 페일린의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미 전역에서 3천700만명이나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오바마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시청자 수인 3천800만명에 육박하는 것이다.

또 페일린의 전국 무대 데뷔 연설인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여론과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는 등 기대하지 않았던 반대급부도 뒤따랐다.

하지만 페일린과 관련한 각종 의혹 및 부통령 후보로서 자질 등에 관한 검증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에서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밖에도 공화당의 이번 전대 행사기간엔 행사장 주변에서 최고 수천명 규모의 반전시위가 열리고, 일부는 폭력시위 양상으로 발전하자 경찰이 강경진압, 정치축제의 장인 전대가 `피로 얼룩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매케인, 탈(脫)부시 비(非) 오바마 변화 노선 천명 = 여러 장애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정.부통령 후보를 확정하고 정강정책을 채택하며 `입심좋은' 연사들의 지원 아래 국가운영 구상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띠는 대목은 매케인이 같은 당 소속인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매케인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국민통합과 낡은 워싱턴 정치개혁을 표방한 것.
또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주창하는 `변화' 메시지에 맞서 매케인이 자신의 인생역정에서 입증되는 `매케인식 변화'를 내세워 오바마에 대립각을 세운 것도 향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매케인과 오바마는 진정한 변화에 대한 정의, 대상과 방법, 변화를 추구할 적임자가 누구인 지 등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인트폴<美미네소타주>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