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 수락..美 역사상 최초 흑백대결 구도 확정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낡은 정치문화 대개혁 예고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4일 밤 공화당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고 강력한 변화를 통한 정권재창출을 다짐하며 오는 11월4일 본선거를 향한 대장정에 나섰다.

매케인은 이날 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서 "나는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아들이는 소중한 특권을 갖게 된 것을 감사함과 겸손, 신뢰를 갖고 받아들인다"며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했다.

민주당이 지난 주 전당대회를 통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함에 따라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올해 72세 백인인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와 올해 47세 흑인인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백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특히 매케인은 미국 역사상 초선 대통령에 도전하는 최고령 후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5년간의 전쟁포로 생활을 극복해 낸 `베트남전의 영웅' 매케인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면서 정권재창출의 의지를 다진 뒤 "선거에서 이기고 난 후 우리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일하도록 하고, 이 나라가 평화와 번영의 길로 다시 접어들도록 하려는 모든 애국자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며 국민적 화합을 추구해 나갈 것임을 약속했다.

그는 또 "변화가 오고 있다"며 많은 비용을 사용하면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나'를 우선시하고 국가를 등한시하는 워싱턴의 낡은 정치문화에 대한 개혁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면서, 강력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변화'를 핵심주제로 내세워온 데 맞서 매케인도 향후 선거 화두로 `변화'를 내세움으로써 본선 대결에선 변화의 방향과 내용은 물론 누가 변화를 추진할 적임자인 지를 놓고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매케인이 `변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와의 차별화 뿐만아니라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케인은 그동안 공화당 내에서 `매버릭(이단아)'으로 불릴 정도로 당론에 얽매이기 보다는 정치적 소신과 초당적인 협력을 도모해왔지만 민주당은 매케인이 집권하면 `부시 3기'가 된다며 부시 대통령과 매케인을 동일시하는 공세를 벌여왔다.

매케인은 연설에서 `워싱턴 정치문화'의 폐습을 해결하는 것을 막아온 "당리당략적 원한이나 적대감은 대의(大義.cause)가 아니라 병적인 증상(symptom)"이라면서 "정치인들이 국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당리당략을 뛰어넘을 것임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나는 개혁돼야 할 문제들을 고치기 위해 양당 관계자들과 반복해서 협력해왔다"고 자신의 정치이력을 강조한 뒤 "나는 당이나 특정이익, 나 자신을 위해 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할 것이며 국민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이 나라를 다시 움직이도록 도우려는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 것"이라면서 "나는 이를 입증하는 기록과 상처를 갖고 있지만 오바마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자신이 낡은 미국 정치문화를 바꿀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매케인은 집권할 경우 "민주당원들과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와 함께 국가에 봉사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초당적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며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한 뒤 "매케인 정부는 투명성과 책임성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매케인은 "나는 전쟁포로였을 때 국가를 사랑하게 됐다"면서 "이곳 생활이 주는 안락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고결함과, 국민들의 지혜.정의.선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 나라를 사랑한다"며 자신의 `국가제일주의'를 부각시켰다.

대외문제와 관련, 매케인은 알카에다의 테러, 이란의 핵무기 개발, 그루지야 침공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옛 제국 복귀 시도 등을 미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지적했으나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매케인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감세와 교역확대를 위한 시장개방, 원전건설 및 연안석유 개발을 통한 에너지 확보 및 고용창출, 기업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매케인이 이날 수락연설에서 우회적으로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했지만 향후 정책 등을 통해 이를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대선 승리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 안팎으로 저조할 뿐만 아니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 북한 및 이란 핵개발, 팔레스타인 분쟁, 그루지야 사태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은 물론 미국 경제도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 1일 채택한 정강정책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핵 폐기를 대북정책으로 도입하는 등 대내외 정책에서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를 선언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매케인이 `깜짝카드'로 발탁한 부통령 후보인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스캔들을 극복, 유권자들에게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감을 주고 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대권가도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공화당이 전날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확정함에 따라 올해 대선 부통령 경쟁은 올해 44세인 여성 페일린 후보와 올해 65세로 6선 상원의원 출신인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후보가 미 역사상 두번째 성(性)대결을 벌이게 됐다.

후보 확정을 위한 전대를 마침에 따라 민주.공화 양당은 5일부터 본선거 선거전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며 초반 기선잡기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후보들은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고 있어 벌써 후보 TV토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대통령 후보 TV토론은 오는 26일 미시시피주 옥스퍼드의 미시시피 대학에서 열릴 예정이며 10월7일(테네시주 벨몬트대학), 10월15일(뉴욕주 호프스트라대학)에 2.3차 TV토론이 이어진다.

또 부통령 후보간 토론은 10월2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에서 열린다.

(세인트폴<美네소타주>연합뉴스) 박상현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