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사람 없어 비워둔 의자는 없더라/ 사랑도 젊음도 마음까지도/ 가는 길이 험하다고 밟아버렸다/ 아아∼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 출세를 하라.' 1960년대 연속극 주제가로 크게 히트했던 가요 '회전의자'(김용만)의 내용이다.

지금도 승진하면 책상이나 의자가 바뀐다. 딱딱한 철제나 나무의자에서 회전의자로 가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렸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평사원도 회전의자에 앉는 수가 많다. 그렇긴 해도 윗사람 것과는 팔걸이 여부,등받이 높이,재질(헝겊ㆍ인조가죽ㆍ가죽) 등 여러 면에서 격이 다르다.

머리까지 푹 파묻히는 기다란 등받이의 가죽 회전의자는 여전히 출세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뿐이랴.누군가와 마주할 때 의자에서 일어나느냐 마느냐는 친소관계에 따르기도 하지만 상대의 힘에 좌우되는 수가 잦다.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가까이 다가와도 앉은 채로 응대하고 잘 보여야 한다 생각되면 먼 발치에서도 일어난다.

판매원과 계산원 등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서서 일하도록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을 게 틀림없다. 고객을 보다 잘 대우함으로써 실적을 높이겠다는.그러나 장정도 몇 시간만 걸으면 다리가 붓는 걸 감안하면 여성이 8시간 이상 서 있는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판매ㆍ계산직의 경우 하루종일 앉지 못하는데다 바쁘면 화장실에도 제때 못가는 통에 절반 이상이 요통 및 산부인과 질환으로 고생하고,하지정맥류같은 혈관계 질환(47.4%)과 방광염 등 비뇨비과 질환(39.6%)에 시달리는 사람도 수두룩하다는 보고다.

결국 노동부가 중소사업장에 대한 입좌식 의자 지원방안을 포함한 '서서 일하는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문제는 법이나 규정보다 사업자와 고객의 인식 변화다. 서비스직 종사자의 평균연령은 32세.대부분 가임여성이다. 고객 응대 시엔 몰라도 틈틈이 앉을 수 있도록 해줘야 마땅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