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고온태양열연구센터에 근무하며 연구원 내 아파트형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윤창열씨.

그는 아침 저녁 샤워할 때 쓰는 온수는 물론 집안에서 쓰는 전등이나 모든 전열기구를 난방비나 전기료 걱정없이 풍족하게 쓰고 있다. 덕분에 유난히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에도 윤씨는 에어컨을 밤새도록 가동했다.

에너지분야 R&D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에 건립된 '제로에너지 타운'.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신국가 패러다임'으로 천명한 이후 부쩍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5년 세워진 이곳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건물에서 소비되는 모든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충당하는 등 '그린혁명시대'의 차세대 주택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타운'은 단독주택 1개 동과 주거용 아파트 4채,연구실,복합에너지 효율화 건축물,성능관리동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이곳 아파트는 실제로 연구원과 직원들이 기숙사로 사용한다. 이들은 아침 저녁으로 옥탑 태양열온수기로 데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풍력 및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전등,냉난방 등 모든 에너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다.

현재 4채의 아파트 중 1채는 외부 손님들이 묵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3채는 총 6명의 연구원과 직원들이 생활하는 기숙사이다. 연구원들은 낮 시간에도 한 건물에 있는 연구실에 근무하면서 컴퓨터 전원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들을 자급 자족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건물 외부에 설치된 100㎾급 풍력발전기와 13㎾급 태양광 발전기, 3㎾급 연료전지 발전기 등이다.

이 발전기들이 만들어내는 총 116㎾의 에너지는 건물 지하에 설치된 기계장치를 거쳐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공급된다.

동급 규모의 건물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양은 한낮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때가 보통 5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풍족하게 쓰고도 남는 양이다.

바람이 없거나 해가 뜨지 않는 날은 한전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평소에 남는 잉여에너지는 한전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궂은 날씨에도 걱정이 없다.

바로 옆쪽에 지어진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는 첨단 건축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단독주택이다. 이곳에서도 1명의 연구원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기밀창호와 벽체단열,열커튼,바닥축열,지중열을 이용한 난방시스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는 평당 건축비가 530만원 선으로 일반 고급주택에 비해 25% 정도 비싸다. 그러나 일반주택에 비해 연간 300만원 정도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셈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장영진 홍보실장은 "국내 건물부문 총에너지 소비량 중 75%가 주거용 건물에서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미래도시의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며 "제로에너지 타운의 에너지 자립률은 현재 80% 선이지만 2010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