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 규격 경쟁에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샤프 등이 참여하고 있는 42인치 진영이 삼성전자와 소니를 주축으로 한 40인치 진영을 앞서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는 지난 2분기 중 42인치 LCD TV 판매량이 2144만대를 기록해 2138만대에 그친 40인치를 앞섰다고 20일 밝혔다.

이 같은 격차는 LCD TV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벌어졌다. 이 지역에서 42인치 제품 판매량은 715만대로 563만대에 그친 40인치 제품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40인치와 42인치 가격이 엇비슷해 같은 가격이면 화면이 큰 제품을 사겠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42인치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와 같은 크기의 TV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LG전자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CD 패널은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데 5조원가량이 필요해 중간에 규격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42인치 제품이 대세를 장악하면 40인치에 주력하던 LCD 패널 업체와 TV 제조업체들은 영업 전략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TV 판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게 LG 내부의 분석이다.

42인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LCD TV 분야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소니도 최근 북미 시장에 이 크기의 제품을 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의 가세로 42인치와 40인치의 세력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0인치 시장의 부진을 46인치로 만회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디스플레이 서치 통계에 따르면 2분기 46인치 LCD TV 판매량은 1090만대로 경쟁 규격인 47인치(383만대)를 크게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40인치 진영 기업들은 46인치 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LG전자 등 42인치 진영 업체들은 47인치에 주력하고 있다"며 "40인치와 46인치,42인치와 47인치를 각각 하나의 묶음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CD TV 업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역할은 새로운 시장을 키우는 것"이라며 "40인치 시장이 줄어들어도 46인치 시장의 전망이 밝은 만큼 업계 순위가 요동 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2분기 세계 LCD TV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 20.4%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지켰다. 소니와 LG전자는 각각 13.0%와 10.0%의 점유율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