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피는 못속이는 걸까.

2008베이징올림픽에는 대를 이어 금메달을 획득하는가 하면 형제,자매가 나란히 메달을 따는 '스포츠 가문' 출신이 많다. 지난 15일 여자체조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나스탸 류킨(19)의 부모는 모두 체조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카자흐스탄 태생 아버지 발레리 류킨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구 소련 소속으로 단체전과 철봉에서 금메달을 따고 개인종합과 평행봉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한 전설적인 스타다. 특히 체조 사상 최초로 뒤로 세 바퀴 도는 공중 제비동작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엄마 안나 류킨 역시 1987년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발레리와 안나는 1989년 나은 삶을 위해 미국 텍사스로 이주,체조학교를 세우고 후진 양성에 나섰으며 류킨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체조의 길을 택했다.

올림픽 카누에 출전한 슬로바키아의 파볼,페테르 호흐쇼르네르 형제는 동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 형제는 지난 15일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공원에서 열린 카누 2인승(C2) 슬라럼 종목에 출전,190.82초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들 형제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시작해 올림픽 3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레슬링 종목에서도 형제가 같은 날 나란히 메달을 사냥했다. 스티브 귀노(23)는 지난 13일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에서 카나트베크 베갈리에프(키르기스스탄)을 2-0으로 꺾고 조국 프랑스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 금메달은 1924년 파리올림픽 82㎏급에서 앙리 델그란이 우승한 뒤 84년 만에 나온 것이다. 형 크리스토프(29)는 같은 날 그레코로만형 74㎏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일본에서는 자매가 동반 메달을 따냈다. 이초 가오리는 지난 17일 레슬링 여자 자유형 63㎏급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전날 48㎏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치하루의 동생이기도 한 그녀는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다시 정상에 오르면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언니를 위로했다.

15일 여자육상 1만 m 에서 우승한 에티오피아의 티루네시 디바바(23)도 '금메달 집안' 출신이다. 아프리카 흑인 여성으로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데라투 툴루(36)와 사촌지간이다. 툴루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와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한 스타다. 툴루는 트랙 종목에서 인종차별주의 벽을 허문 선수로 유명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1만 m 에서는 마지막 25번째 바퀴인 400 m 를 도저히 믿기 힘든 60.3초에 뛰어 강한 지구력과 의지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디바바는 그를 보면서 육상 챔프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20일부터 시작하는 태권도 종목에는 일가족 4명이 동시에 출전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태권도 명가'로 소문난 로페스 가문은 스티븐(남자 80㎏급),다이애나(여자 57㎏급),마크 로페스(남자 68㎏급)가 각각 선수로 출전한다. 맏이 진 로페스는 코치로 따라왔다.

한편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대학과 서인도대학은 2년 전 공동으로 자메이카인이 단거리에 강한 이유가 유전자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명 이상의 자메이카 육상선수들을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근육수축과 이완을 빨리 하게 하는 '액티넨 A'라는 특이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연구진은 선천적인 DNA를 타고난 자메이카 선수들은 잘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