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유도 60kg급 최민호(28.한국마사회)는 5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부터 "행복하다"는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했다.

서우두국제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그랬고 6일 첫 훈련에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큰 대회를 앞둔 선수에게 "뭐가 행복하냐"고 따져 묻듯 하기가 어려워 정확히 무엇이 행복한 지는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는 마치 주문을 외우듯 "행복하다"고 했다.

심지어 4강에 오른 뒤 대회조직위원회와 가진 퀵 인터뷰에서도 "나는 매우 평온하다(I was very peaceful)"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운동선수가 큰 대회를 앞두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이례적이긴 했지만 어쨌건 결국 최민호는 9일 베이징에서 생애 최고의 행복을 맛본 셈이다.

실력에 비해 국제종합대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최민호로서는 '행복하다'는 말이 어쩌면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체중조절에 실패해 동메달에 그친 것이나 이후 실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도 구경꾼 신세가 된 이유들을 따져보면 마음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만 하다.

대표팀에서도 손꼽히는 연습벌레로 유명한 그는 큰 대회를 앞두고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감에 오히려 준비에 차질을 빚거나 본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대회에 앞서 최민호는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훈련하면서 선수로서 행복한 순간들을 맛봤다"면서 "이번에는 오히려 부담이 너무 없어 걱정"이라고 거듭 말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스스로 '행복하다'며 자기 최면을 걸었던 최민호는 결국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면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 행복한 예감을 적중시켰다.

(베이징=연합뉴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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