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과 '인터넷 검열' 2개로 압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의 인권 문제나 티베트 분리독립운동 탄압 문제가 최대의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혀 쟁점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베이징을 찾은 세계 각국 대표단과 취재진은 4일 올림픽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인권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대기오염과 인터넷 검열 등 2개 문제만 쟁점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베이징의 최대 쟁점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중국 지도부의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된다.

왜냐하면 중국은 문제가 터지면 조직적으로 기관을 움직이고 주도면밀하게 선전 공세를 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기오염지수와 날씨를 매일 브리핑한다.

그리고 메인프레스센터(MPC)와 베이징국제미디어센터(BIMC)에서는 대기오염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지독한 스모그를 체험한 세계 각국 선수단은 오염으로 인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 선수들은 마스크까지 지급받고 있다.

베이징과 주변지역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다수 아파트가 석탄으로 겨울철 난방을 했다.

시내 전역에서 이산화탄소 냄새로 구토가 나오고 머리가 아팠다.

이산화질소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이산화질소는 눈과 코, 목구멍에 염증을 초래하며 폐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이에 대해 중국 환경당국은 베이징 하늘에서 스모그를 없애고 쾌적한 공기를 마시며 시합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마스크가 필요한 것은 선수가 아니라 서양 정치인들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검열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은 기자촌에서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고는 깜짝 놀랐다.

일부 홈페이지는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IOC와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가 인터넷 검열 폭을 줄이는 문제로 협상까지 벌였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지금은 실무적인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지만 올림픽 개막 이후에는 인권문제나 티베트 탄압문제가 수면 위로 재부상해 쟁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3월 티베트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유혈 폭력시위가 벌어지고 올림픽 성화 해외봉송이 저지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올림픽 개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의 외교적 보복조치로 유럽국가들의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무산되고 인해전술식 불매운동으로 친티베트 성향의 기업들이 백기를 들면서 티베트 문제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런 가운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중국의 반체제인사들을 집단으로 면담하고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자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 인권문제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결정하면서 세계 인권단체들로부터 분노를 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일요일인 오는 10일 베이징에서 교회 예배에 참석해 종교의 자유를 설파할 예정이다.

미국 하원도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부응해 지난달 30일 중국 정부가 시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티베트족 등 소수민족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부시 대통령이 반체제인사를 면담한 것은 '무례하게'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며 하원의 결의안은 올림픽을 파탄시키려는 '악랄한' 의도의 표현이라며 강공을 퍼부었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