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여행객에게 태국 크라비가 익숙할리 없다.

크라비는 패키지 여행객이 아닌 허니무너들이 좋아하는 해변휴양지여서다. 허니무너라면 푸껫에 더 몰리지만 푸껫과 크라비의 분위기도 확 다르다. 푸껫이 푹 쉬며 놀기에도 좋은 곳이라면 크라비는 그냥 조용히 쉬며 둘만의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활동적인 이들이라면 심심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해변과 고급 리조트가 전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쉬면서 놀기도 해야 하는 여행계획에 크라비를 꼭 넣고 싶은 이들은 그래서 작전을 잘 짜야 한다. 푸껫이나 푸껫 주변에 숙소를 잡고 하루정도 크라비에 다녀오는 스케줄이 정석이다.

■태국 남부의 해변 낙원

크라비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남쪽으로 820㎞,푸껫에서는 바다 건너 180㎞ 떨어진 리조트 휴양지다. 맑고 깨끗한 바다와 석회석 기암절벽이 신비한 매력을 뽐내는 곳이다. '육지의 고도'란 수식어에서 크라비만의 그 청정한 자연미와 한갓진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다.

해변이 좋다. 아오낭 비치가 그 중 으뜸이다. 크라비 중심에서 20㎞쯤 떨어져 있는 아오낭 비치는 드넓은 백사장에 가득한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아주 작은 어촌마을이었는데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휴양지로 이름을 올렸다. 다이빙과 카약,정글트레킹 등을 즐기기도 좋다. 아오낭 비치 남쪽의 프라난 비치도 예쁘다. 크라비만의 독특한 지형을 보여주는 석회암지대와 동굴을 만날 수 있다. 프라난 비치 앞 바다에는 닭이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이름붙인 코 카이(치킨섬)가 있다. 크라비를 찾은 이들이 꼭 들르는 섬이다. 해변 여기저기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바이킹 동굴도 있다. 고급 중국요리의 하나인 제비집을 채취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16세기 안다만해 일대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해적들이 본거지로 삼았던 곳이란 얘기도 전한다. 동굴보호를 위해 2001년부터 배를 정박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년에 두 번 제비집 채취 시기에만 사람을 들인다고 한다.

■바다의 설치예술,팡아만

팡아만은 '바다의 구이린'이라는 베트남 하롱베이에 못잖은 바다풍경을 자랑한다. 150여개의 석회암 바위섬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잔잔한 바다에 떠 있어 마치 잘 만든 설치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팡아만 유람이 크라비 여행길의 필수 코스다. 여러 섬을 옮겨 다니며 스노클링과 낚시 등을 즐기는 것.

제임스 본드 섬이 유명하다. 007 시리즈 영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도 등장했던 바위섬으로 잘 알려져 있다. 15명 정도 탈 수 있는 긴 배인 태국식 롱테일 보트를 타고 제임스 본드 섬으로 가다 보면 맹글로브 정글이 눈을 즐겁게 한다

피피섬도 필수코스.섬의 모습이 알파벳 P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섬이다. 가장 큰 섬인 피피돈 등 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새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닷물이 남국의 낙원이라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멋지다. 팡아만 바다의 아름다움을 살필 수 있는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이기도 하다. 스쿠버 다이빙은 해본 적이 없어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전문 다이빙 강사에게서 교육을 받고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안전하다. 수압 때문에 귀가 먹먹해질 수 있지만 푸껫의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이를 싹 잊게 만든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