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변동폭이 커지면서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기초자산이 된 종목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ELS상품은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으로 나뉜다. 원금비보장형은 보통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의 주가가 만기(보통 1~3년) 때까지 35~40%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은행이자율 이상의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 그러나 장중 한 번이라도 이 선을 넘어 하락하게 되면 투자자는 가입시점 대비 만기 때의 기초자산 주가에 따라 수익 또는 손실을 내게 된다.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주가변동폭이 작은 대형 우량주들이어서 ELS는 웬만하면 기대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안전상품으로 인식돼왔다. 따라서 웬만한 하락장에서도 투자자들이 몰렸고 증권사들은 ELS판매로 짭짤한 이익을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기초자산이 된 일부 종목의 주가가 지난해 고점보다 40% 이상 떨어졌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고점이었던 지난해 4분기에 발행된 ELS 중 미래에셋증권과 대한항공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엔 LG디스플레이 GS건설 등의 장중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던 ELS에서도 손실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만기 때 이들 종목의 주가가 다시 회복된다면 손실이 나지 않겠지만 현재로선 막대한 평가손을 내고 있다. 손절매를 하려 해도 환매수수료가 원금의 5~10%에 달해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손실을 낸 ELS상품이 몇 개인지,손실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렵다. ELS 기준가는 채권평가회사에서 산정하고 있지만 공개를 꺼리는 증권사들의 '입김'에 밀려 쉬쉬하고 있는 입장이다. 한 채권평가회사 관계자는 "지난 3월 서브프라임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ELS 손실규모를 언론에 알려줬다가 증권사들의 항의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ELS가 목표수익률을 달성해 조기상환될 때마다 앞다퉈 홍보를 해왔던 증권사들이 상황이 불리해졌다고 공모 상품의 수익률조차 공개를 꺼리는 행태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