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기술자 배모씨(67)는 하마터면 사기꾼으로 몰려 징역형을 살 뻔했다. 캄보디아에 6.3 t 규모의 거대 금광이 있다는 해외 연구소 보고서를 토대로 무보수로 1년 이상 실사하는 등 피땀을 흘렸는데 실제로는 500 g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에 그동안 배씨를 믿고 투자해 온 동업자들이 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며 항소심은 징역 10월형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그의 진정성을 인정,무죄 방면해 주었다고 21일 밝혔다. 유전 등 해외 자원 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배씨처럼 사기와 합법의 모호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는 대목이다.

◆매장량 객관적 근거 제시 못하면 '사기'

배씨가 무죄로 풀려난 것은 금광이 존재한다는 그의 확신 외에도 객관적 자료가 충분히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광산 기술자인 배씨는 캄보디아 미뭇사파룬 금광을 찾아 지표 및 지질 조사 등을 거쳤으며 순금 6.3 t 이 매장돼 있다는 중국 광둥성 지질과학연구소 보고서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채산성은 시추를 통한 매장량 산정,일정 간격으로 채취한 시료의 성분 분석 결과를 종합해 판단해야 함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상태"라며 배씨의 유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배씨가 현장에서 지표ㆍ지질 조사를 하는 등 나름대로 확인 작업을 한 결과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의로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사건을 승소로 이끈 법무법인 우면의 남기정 대표변호사는 "수임할 때부터 개발 가능성에 대한 배씨의 확신보다도 객관적 자료가 있는지에 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투자 계약서,투자 대상국 등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해외자원 개발사업이 1997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너도 나도 '엘도라도'를 향해 뛰어들고 있다. 채산성 등을 검증해 줄 전문 분석기관이 전무한 상태에서 우회 상장 등을 노린 기업의 치고 빠지기식 한탕주의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 변호사는 "에너지 기업은 거대 시행사로 보면 된다"며 투자에 앞서 꼼꼼한 검토를 주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기 여부를 가리는 첫 번째 시금석은 공인된 기관의 보고서 존재 여부.대내외적으로 공인된 기관의 보고서가 있다면 이를 위조했거나 작성자를 매수하지 않은 이상 사기죄 성립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자계약서 자체가 실행 불가능한 것도 있다. 법무법인 대륙의 이창훈 변호사는 "남미 한 국가의 퇴역 장군이 유전을 준다고 계약서에 씌어 있어 알아봤더니 그 나라 법에 의하면 유전 계약은 공개 입찰을 거치도록 돼 있더라"며 "투자자는 실사 보고서나 계약서가 제대로 요건을 갖췄는지 현지 변호사와도 상의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원 매장량 등에 대한 공시가 수시로 바뀌면 허위 공시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민사상 손해 배상은 가능하다. 투자 대상 국가도 잘 살펴야 한다. 미국이냐 러시아냐 등에 따라 자원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