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재투표 실시

왕정에서 공화제로 전환된 네팔이 19일 초대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으나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네팔 제헌의회는 이날 대통령 선출을 위한 의원 간접투표를 실시했으나 3명의 후보 모두 당선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득표수(298표)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다 득표자인 네팔국민회의당(NC)의 람 바란 야다브 사무총장이 283표를 얻는 데 그쳤고, 마오쩌둥주의 네팔공산당(M)의 람 라자 프라사드 싱은 270표로 2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의회는 1위와 2위를 차지한 두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21일 재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리기로 했다.

쿨 바하두르 구룽 국회의장은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만큼 제헌의회는 월요일(21일) 오전 8시30분 재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당인 마오주의 네팔공산당(M)과 제2당인 네팔국민회의당(NC), 제3당인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연대 네팔공산당(UML) 등 3개 정당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뒤 각자의 후보를 내놓은 이번 선거에서는 당초 제1당 후보인 싱의 압승이 예상됐다.

마오주의 네팔공산당(M)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이 넘는 220여석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소수민족인 마데시족 정당 연합체인 마데시인민권리포럼(MPRF)이 네팔공산당(M)의 싱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오주의 네팔공산당(M)이 MPRF의 부통령 후보를 지지한다는 당초 합의를 깨고 후보등록 마지막 날 자체 부통령 후보를 등록하면서 판세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MPRF는 투표 직전 싱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뒤 네팔국민회의당, 마르크스-레닌주의 연대 네팔공산당(UML)과 연대해 야다브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개 주요 정당 후보들이 경합을 벌인 부통령 선출 투표에서는 MPRF측 후보인 샨타 시레스타가 305표를 얻어 네팔의 첫 부통령으로 확정됐다.

한편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네팔 제헌의회는 왕정을 철폐하고 공화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국왕을 대신할 상징적 지도자인 대통령과 행정수반인 총리 등 권력 배분을 둘러싼 주요 정당들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새 정부 구성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주요 정당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파행으로 치달아 새 정부 구성 작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