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의 주범으로 꼽히던 국제 유가가 며칠 새 기록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도 코스피지수의 반등이 무산돼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유가 급락에 따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8일 코스피지수는 17포인트를 웃도는 급등세로 출발했지만 개장 직후 고점을 찍은 뒤 줄곧 미끄럼을 타 끝내 15.57포인트(1.02%) 내린 1509.99로 마감했다.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가 최근 3일 동안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130달러 밑으로 주저앉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다.

특히 미국 다우지수가 유가 급락에 힘입어 이틀(16~17일) 연속 급등하며 4.4% 오른 것과도 정반대의 움직임이라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가 급락이 호재이긴 하지만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점이 코스피지수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날 밤 미국 증시 마감 후 메릴린치가 사상 최악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18일(한국시간 19일)에는 부실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알려진 씨티그룹의 실적 발표가 기다리고 있는 점이 코스피지수 반등 때마다 매물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유가 급락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무조건 호재로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급락은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에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감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에 단기 호재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주택가격의 하락이 멈추거나 채무자들의 상환 능력이 개선되는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해결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