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만준 사장의 비교적 상세한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사고경위에 대한 의문은 짙어지고 있다.

디지털 방식인 폐쇄회로(CC)TV 시간을 앞당긴 배경과 사격횟수를 당초 3발에서 4발로 번복한 이유,이번 조사단과 달리 당시 초병이 육안으로 박씨를 확인할 수 없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윤 사장의 브리핑 역시 현대아산이 직접 조사한 내용보다는 북측의 구도 설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사장은 박왕자씨의 피살 현장에 직접 가보지도 못했다. 때문에 통일부도 "남과 북 양측의 당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을 민간에게 맡겨두는 것은 의혹만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폐쇄회로 시간 왜 앞당겨졌나

박씨가 호텔을 벗어난 모습을 찍은 CCTV가 실제 시간보다 12분50초 빠르게 시간이 설정돼 있다는 북측 설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CCTV의 시각이 아날로그 시계처럼 느려지는 경우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애초에 시간을 10분이나 15분도 아닌 '12분50초'로 앞당겨 입력했다는 설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격 횟수 왜 번복했나

북한군 초병은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을 쏜 것으로 최초 보고됐지만 윤 사장의 발표에서는 경고사격 1번에 조준사격 3번 등 모두 4발이 발사된 것으로 고쳐졌다. 이는 사건 목격자인 대학생 이인복씨와 또 다른 증인인 여성 관광객 이모씨가 "총성은 두 발밖에 안 들렸다"고 공통되게 주장하는 내용과 엇갈리는 내용이다.

더구나 북한 군당국의 조사보고서에는 초병이 박씨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고 나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리 초병이 모래사장 위에서 추격했고 박씨가 다져진 해안가를 달렸다고 해도 단련된 군인보다 중년 여성이 더 빨리 이동할 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성 관광객 정말 식별 못했나

초병이 박씨의 신분을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북측의 입장이지만 증인들은 당시 사고 현장이 훤히 밝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윤 사장 일행도 사건 당시와 비슷한 시각에 현장 답사를 통해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측에서 파악했다는 박씨의 피격 시점인 '오전 4시55분'도 증인들이 주장하는 '오전 5시20분 전후'와는 차이가 있다.

김동민/임원기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