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부동산 법원 경매 물건이 쌓이고 있다. 주택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거래가 안 되는 데다 은행 등 채권자들이 담보 물건에 대한 조속한 채권 회수를 위해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나서다.

13일 경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법원에 경매로 나온 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은 모두 9702건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9000건을 넘어 1만건에 육박했다. 이는 5월 7086건에 비해 37% 급증한 수치이고 상반기 최대를 기록한 4월의 7339건에 비해서도 32%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법원 경매로 나온 아파트는 6월 7654건으로 지난 5월의 5199건보다 무려 47%나 급증했다.


빚을 못갚아 경매 처분되는 부동산이 크게 늘면서 경매 물건의 낙찰가율(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4월 87.86%에서 6월에는 82.20%까지 떨어졌고,인기가 높은 연립·다세대 주택도 같은 기간 107.06%에서 100.22%로 하락했다.

경매 물건을 잡으려는 사람들로 법원 경매장이 붐비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묻지마 응찰'보다는 응찰액을 보수적으로 써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주택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 매매 시장마저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어 경매 경쟁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낙찰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법원경매 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의 박갑현 매니저는 "이자는 늘어나고 매매 시장에서 아파트 매매가 어려워지자 채무자의 자금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경매 물건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하반기 경매 시장도 상반기와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경매 물건을 잡으려는 투자자 입장에선 요즘이 소액 투자가 가능한 강북권 소형 아파트나 재개발 예정지,개발 호재 수혜가 예상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매 물건에 관심을 가져볼 기회"라고 조언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