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 북측 담화문이 발표된 후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북측 설명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데다 현장 목격자들의 진술과도 엇갈리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사망시간 △공포탄 발사 여부 △철조망 존재 여부다.

◆20분만에 3.3㎞ 주파?

우선 사망시간이 미스터리다.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12일 대변인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남조선 관광객이 금강산에 왔다가 7월11일 새벽 4시50분께 우리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반박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숨진 박씨가 숙소인 금강산 비치호텔을 출발한 게 새벽 4시30분이고 이는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됐다"며 "북한 측 발표가 사실이라면 박씨는 사망까지 20분 동안 3.3㎞를 이동한 셈인데 여러 정황상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50대 중년 여성이 치마를 입고 20분 만에 '호텔→해수욕장 입구→철조망→기생바위→사망지점'에 이르는 장거리(3.3㎞)를 이동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이동경로 중 상당부분이 모래사장이라는 점 △박씨가 초병의 경고를 받고 도망치기 시작한 1㎞를 제외한 대부분을 산책하듯이 걸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사망시간과 관련한 북측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포탄은 쐈나

공포탄 발사 여부에 대해서는 북측 주장과 목격자 진술이 엇갈린다. 북측은 "우리 군인이 군사통제구역을 침범한 그(박왕자씨)를 발견하고 서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응하지 않고 달아났으며 공탄(공포탄)까지 쏘면서 거듭 서라고 하였으나 계속 도망쳤기 때문에 사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통일교육협의회가 2박3일 일정으로 개최한 '2008 대학생 금강산 생명평화캠프'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사건현장을 목격한 대학생 이인복씨(23ㆍ경북대 사학과2)는 "11일 오전 4시50분께 검은색 옷을 입은 중년 여성이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여성이 올라가고 5∼10분가량 지난 뒤 10초 정도의 간격으로 두 발의 총소리와 비명이 거의 동시에 들렸다"고 말했다. 이씨의 진술대로라면 북한군은 공포탄을 쏘지 않고 두 발의 실탄을 박씨에게 발사했다는 얘기다.


◆전날은 왜 제지 안했나

북한군이 왜 11일에만 과잉대응했는지도 논란이다. 북측은 "남조선 관광객은 신새벽에 명백히 표시된 경계 울타리를 벗어나 신발을 적시면서 혼자 우리 군사통제구역 깊이까지 침범했기 때문에 총격을 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인 박씨의 언니(55)는 "어제(12일) 같이 여행갔던 친구들이 조문하러 와서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친구 중 한 명이 사건 전날(10일) 그 길을 산책했는데 백사장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에 시멘트로 된 길이 있고 그 위에 냇물이 흐른다고 하더라.철조망이나 안내문구가 전혀 없어서 그 길을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날도 허용됐던 길이 왜 당일에는 총격사건으로 연결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철조망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현대아산 측은 해수욕장에 길이 70m,높이 3.5m의 철제담장이 쳐져 있으며 그 옆으로 해안까지는 30m가량의 낮은 모래언덕이 있어 충분히 관광객들이 드나들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