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선택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것도 일류 은행의 실력입니다. "

앤드루 크로켓 JP모건 인터내셔널 대표는 뉴욕 맨해튼의 JP모건체이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JP모건체이스의 역사는 500개 이상 은행들의 인수ㆍ합병(M&A)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JP모건체이스는 채권과 주식,외환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다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투자은행을 분리,도매금융중심의 상업은행으로 변신했다. 이후 체이스맨해튼ㆍ뱅크원과의 합병,종합은행(유니버셜 뱅크)으로의 변신 등 새로운 선택을 계속해왔다.

크로켓 사장은 "JP모건체이스의 성장은 끝 없는 M&A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뱅크원과 합병하기 전까지 JP모건은 투자은행(IB)이 핵심 업무였고 체이스는 소매 위주의 은행이었다"며 "합병을 통해 사업 다각화의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뉴욕 금융가에서는 케미칼,체이스맨해튼,모건개런티 등이 최대 은행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JP모건체이스의 일부가 됐다. 그 유전자(DNA)들도 고스란히 JP모건에 흡수됐다. 이를 통해 투자은행,소매금융,신용카드,상업은행,자산운용 등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인을 구축,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었다. 그는 "JP모건 그 자체로도 더 할 나위없는 훌륭한 브랜드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JP모건체이스가 미국 최고의 은행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경제와 금융 환경의 변화에 맞춰나갔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크로켓 사장은 이 과정에서 JP모건이 지킨 두 가지 원칙으로 '견고한 대차대조표'와 '기회와 수익성 중심의 자본 재배치'를 꼽았다.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는 견고한 대차대조표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JP모건은 서브프라임 위기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자본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유일한 금융기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은행이 성장을 위해 이윤을 포기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0년 후 성공한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잘한 곳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성장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며 "적어도 다른 기업을 인수할 자금은 생길 것이고,그러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로 근무한 크로켓 사장은 세계적인 이코노미스트답게 은행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거점지역의 은행을 인수,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탄데르와 HSBC는 이 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본사의 기술력과 상품경험이 그 지역에서 작용하도록 만드는 (산탄데르와 HSBC의) 현지시장 접근방식도 훌륭했다"며 "이 방식이 현재로선 글로벌 진출의 성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 방향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단기간 내에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의 은행과 세계적인 은행들이 적합한 비율로 통합하거나 국제적인 투자은행(IB)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용위기에 대해서는 "이제 거의 막바지에 가까워졌다고 본다"면서 "연말까지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게 확실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