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삼성그룹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부회장은 12일 5박6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삼성은 내외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맡아 개인적으로는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전 회장이란 '선장'이 없는 삼성호(號)의 불확실한 미래,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고유가 등 악화되고 있는 경영여건 등 하나같이 극복하기 쉽지 않은 위기들을 맞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경영자로서의 고충을 토로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먼저 "삼성은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경영진으로 연결되는 '삼각편대' 체제로 경영을 해왔는데,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그만두고 전략기획실도 해체됐다"며 "이에 따라 각 계열사들이 각자 살아가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맹추격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삼각편대 경영'을 통한 그룹의 컨트롤 타워 기능이 없어지면서 이전과는 달리 앞으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그는 삼각편대 경영의 핵심인 이 전 회장이 7년 구형을 받은 것과 관련,"중국 현지 고객사들이 이 전 회장에 대해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고 위로의 말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LCD,휴대전화,디지털TV 등 주력 제품들이 이미 성숙 단계에 있고 경쟁도 치열해 삼성전자가 과거처럼 큰 힘을 내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게다가 금융과 유가 불안으로 미국,중국 등 해외 수출시장도 침체에 빠져들면서 경영을 해나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매출의 90%를 해외 수출로 올리는 만큼 글로벌 경기 위축은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사업의 침체와 관련해서는 "20년 넘게 반도체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업계 상황은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다"며 "지금 반도체는 수급상황,국제적인 경쟁관계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내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좋지 않을 때일수록 제품,기술,시장 등 3대 경쟁력을 갖춰야 적자를 내지 않는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이겨내면 향후 시장이 회복될 때 폭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트롤 타워가 없는 그룹의 향후 경영과 관련해서는 "사장단협의회와 각 계열사 사장,임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다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걱정되는 것은 '삼성 문화'의 확립과 계승인데,이 문제는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5박6일간 중국 랴오닝성 선양을 시작으로 상하이,쑤저우,광저우,청두,시안 등 6개 도시를 돌면서 현지 마케팅 활동을 점검하고 주요 거래선들과 면담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