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구역 지정 요건을 완화하려던 방침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사업 방식을 규제가 덜한 재개발로 바꾸려던 상당수 단독주택 단지의 재건축 예정구역과 내년 말 확정될 '2020 주택재개발 기본계획'에서 완화한 요건의 적용을 기대했던 많은 지역이 혜택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과도한 재개발을 억제하고 개발이 불가피한 곳은 체계적으로 조성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돼서다.

◆요건 완화는 기존 구역에만 적용

서울시의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가 마련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접도율(4m 이상 도로에 접한 건축물 비율) 기준이 30%에서 50%로 완화된다.

즉 단지 주변에 자동차가 다니는 폭 4m 이상의 도로가 30%밖에 되지 않아야 재개발 요건을 충족시켰지만 이런 도로가 50%가 돼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다.

다만 시의회는 이미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곳(2010년 재개발 기본계획에 포함된 지역)에 한해서만 완화한 접도율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새로 지정하는 재개발 예정구역에는 완화한 접도율을 적용하지 않고 종전처럼 30%의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기존 단독주택 단지의 재건축 예정구역(266곳) 중 상당수는 재개발로 사업 방식을 바꿀 수 없게 됐다.

완화한 재개발구역 지정 요건이 신규 구역에도 적용될 경우 단독주택 재건축단지의 절반 정도가 재개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또 10년 단위로 수립(5년마다 변경 가능)하는 '2020 주택재개발 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지역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때 접도율 완화 요건을 앞으로 추가 지정될 재개발지역 후보지에도 적용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구역 지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 새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이 크게 늘어나 집값이 뛰고 서민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며 반발해왔다.

◆재개발 예정지 중 수혜 지역

서울시의회가 조례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재개발 예정구역임에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개발을 추진하지 못했던 7곳이 구제된다.

은평구 갈현동과 응암동,신사동,영등포구 당산동 등 64만7000㎡다.

이와 함께 호수 밀도(1㏊당 건축돼 있는 건물동 수) 과소 필지(대지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작은 필지) 등 다른 구역 지정 요건 완화 안은 기존 재개발 예정구역뿐만 아니라 앞으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될 곳에도 적용된다.

요건 충족에 걸림돌이 되는 상가 부분을 뺀 채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구역이 비뚤비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의회는 이날 2곳의 재개발 예정구역을 새로 지정하고 7곳의 재개발 예정구역 면적을 조정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도 가결했다.

△신규 지정:서대문구 홍은2동 8-1093 일대 2만5000㎡,관악구 봉천 3동 1-14 일대 10만5000㎡ △면적 확대:성북구 종암동 10-1(1만9000㎡→6만2000㎡),용산구 효창동 3(1만5000㎡→1만7000㎡),중구 신당4동 321(2만4000㎡→5만9000㎡),서대문구 홍제3동 8-50(7000㎡→2만1000㎡),성북구 성북1동 179-68(9만9000㎡→12만8000㎡) △면적 축소:마포구 창전동 27-19 일대(2만㎡→1만5000㎡) △구역 분할:성동구 금호4가 206-1 일대(2개로 나뉨) 등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