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2010년부터 항공권 발권수수료를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여행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월에 발권 수수료를 7%로 전격 인하한 데 이어 2010년부터는 수수료 자체를 폐지하기로 최근 결정하고 주요 여행사에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여행업계는 지난 2월에 대한항공이 당초 9%였던 발권 수수료를 7%로 내리려고 하자 대규모 항의 시위를 통해 강력히 반발했지만, 최근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마저 고유가로 휘청거리고 있어 수수료 유지를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항공권 발권수수료는 항공권을 판매한 여행사 또는 대리점에 항공사가 지급하는 커미션으로 대부분의 여행사는 발권수수료를 통해 전체 수익의 60~70%를 얻고 있어, 2010년부터 수수료가 '제로컴(Zero Commission)' 시대에 접어들면 중소형 여행사는 대부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조원 가량의 항공권 발권액에 수수료율 7%를 적용하면 수수료 폐지로 인한 여행사의 전체 손실이 연간 3천5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는 최근 내부 회의를 열고 여행 관련 예약과 발권, 상담과 변경 등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피(Service Fee)' 제도를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등 대부분 국가의 여행사들은 발권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서비스피를 대체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비스피는 호텔 이용시 숙박 가격에 봉사료가 따로 붙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현재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 패키지나 개별 여행상품 이용에 대한 상담을 전화 등을 통해 무료로 해주고 있지만 서비스피가 도입되면 이런 상담에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게 된다.

국내 여행사들은 발권 수수료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 서비스피 도입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고객들이 여행 상품을 구매하면서 별도 상담 수수료까지 내는 데 불만을 제기할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우리는 발권 수수료 비중이 전체 수익의 6% 정도로 나은 편이지만 발권 수수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여행사의 경우 수수료 폐지를 통해 대부분 정리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결국 다양한 패키지와 개별 여행상품을 가진 대형 여행사는 고객 상담을 통해 서비스피를 받아 수익을 보전할 수 있지만 중소형 여행사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경영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며 "기존에 여행사를 통해 발권하던 고객들 중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투어측도 "발권 수수료는 여행사 수익 중 하나로 소규모 여행사일수록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제는 서비스피가 도입돼야 하는데 한국에는 아직 그런 개념이 없어 이를 정착시키는 게 과제"라고 전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국내 1만5천개가 넘는 여행사 가운데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발권 수수료 폐지를 계기로 업계 내부에서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란다"면서 "항공사에서도 수수료 폐지 대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여행업계도 서비스피 도입 등을 통해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