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7일 “개각은 한번하고 안하는게 아니다.이번에 덜 했으면 다음에 더 하라고 요구하면
된다”며 소폭 개각에 대한 야권의 비난을 일축했다.

7ㆍ3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된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지금 가장 시급한 건 서민경제 활성화인데 이를 위해선 조속히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18대 국회는 경제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논의와 관련해선 “경제가 안정된 후 내년께 공론화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폭 개각에 대해 말이 많다.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경제팀 교체를 주문했는데.

"개각에 대한 구상은 끝난 지 좀 된 것으로 안다.정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각료 임명 절차가 어렵고 복잡하다.

검증도 오래 걸린다.

어떨 때는 한사람 갖고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필요하면 개각은 또 하면 된다.

한 번의 개각을 가지고 너무 단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유연성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

―경제가 어려운데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나.

"물가대책 등 서민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분야부터 해결해야 한다.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걱정들을 많이 했는데 정말 뾰족한 수가 안 보이는 어려운 국면이다.

금리정책,환율정책 모두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꼭 나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

―박 대표는 법조 출신이라 경제계 인맥이 적어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한나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나도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배고픈 시절을 거쳤다.

지역구도 시골(경남 남해ㆍ하동)이라 농어민과 서민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다.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6대 국회에서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를 반대했는데.FTA 반대론자 아닌가.

"한ㆍ칠레 FTA는 정부가 농어촌 피해 대책을 세워놓지 않고 추진해서 반대했던 것이다.

이후에 많은 것을 얻어내고 국회에 들어가서는 협조했었다."

―당내 화합을 강조하고 계신데 갈등을 해소할 묘안이 있나.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우선 친박복당 문제를 풀면 박근혜 전 대표도 마음이 좋아지시지 않겠나.

이 문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하려고 한다.

앞으로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친박 측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한다.

당 인사도 탕평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마음 같아선 사무총장을 두 개로 쪼개고 공동대표제라도 했으면 좋겠다."

―홍사덕 친박연대 대표의 복당 문제가 핵심인 것 같다.

"복당의 목적은 당이 화합하고 한 덩어리가 되기 위한 것이다.

특정한 개인에 대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걸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개원이 너무 늦어졌다.

"야당에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이 필요하면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다.

다 수용한 것이다.

미리 다 해결해놓고 국회를 열면 국회에선 확인만 하자는 것인가.

국회 들어와서 해결을 해야 한다.

오늘 민주당 새 지도부가 업무 시작한 날이다.

하루 이틀 여유를 갖고 10일께에는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헌논의가 시작되는 것 같다.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논의를 시작하는 건 적절치 않다.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 국론이 사분오열될 것이다.

과거엔 직선제 같은 권력구조에 대한 것만 개헌 논의에 포함됐지만 이번엔 이념적인 문제에서 시작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정신의 유효성에서부터 북한에 대한 인식,한반도 영토조항,시장경제 질서 등이 모두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전통적 민주세력과 친북경향 세력 간의 충돌이 불보듯 뻔하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본 욕구들이 분출될 것이고 그 혼란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얘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경제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권이 순항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뒤 내년께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

―당청일치 방침에 대해 당내에 반발이 있다.

"대통령이 당총재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이 나갔다.

당청분리를 주장하더니 나중엔 탈당까지 했다.

당청이 따로 굴러갔다.

대통령이 중요한 정책이나 법안을 하나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FTA가 대표적이다.

이라크 파병도 오히려 한나라당이 도와줘서 통과시켰다.

결국 국정파탄을 초래했다.

새로운 당청관계,뉴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당헌은 '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걸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당정협의시스템도 바꿀 계획인가.

"시작 단계라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실질적인 당정협의체제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

협의의 방법과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

정조위원장과 차관,실국장이 만나는 실무협의를 통해 실무단계에서부터 당이 참여해야 한다.

국정 현안이 있을 땐 고위급이 고도의 정책 협의를 하는 모임도 있으면 한다.

이렇게 하면 당이 청와대에 소통의 길을 열고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

나를 관리형 대표라고 하는데 누군가 나를 폄하하려고 한 말이다.

내가 무슨 아파트 관리인도 아니고…."

―당청 소통에 대한 포부를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사통팔달 정도? (웃음)"

글=유창재/이준혁/김유미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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