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정부는 지난달 미분양 주택 대책을 발표했다.

올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미분양 주택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에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당사자인 건설업계에선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적용 대상을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를 제외한 일반 시ㆍ군으로 한정한 데다 '분양가 10% 인하 시'라는 전제조건을 적용하다보니 실제 적용대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취ㆍ등록세를 인하해 적용하는 대상의 기준시점 논란 등으로 오히려 미분양 아파트의 구입을 늦추거나 기존 계약분을 해약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한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대책과 관련,건설기업 특혜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왜 이렇게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미분양 대책이 나왔을까.

우선 미분양 사태에 대한 정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

현재 미분양 규모는 1996년 이후 최대다.

부도업체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도업체가 모두 대기업이 아닌 중소업체이다보니 그 심각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분양보다 심각한 정치 및 경제 현안이 있는 것도 미분양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도시에 한해 적용되는 것은 정부의 이러한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다.

미분양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의 일부 지역에서는 올 상반기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따라서 정부의 미분양 대책이 자칫 이런 지역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던 것이다.

정작 미분양이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과 장기화하고 있다는 문제의 심각성은 간과된 듯하다.

마지막으로 미분양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들 수 있다.

이번 미분양 대책에 대한 비판에는 정책의 내용보다는 실제 적용 및 집행에 따른 비현실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자재값 등이 급등해 기본형 건축비 등이 상향 조정되는 현 시점에서 분양가를 왜 10% 인하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도 없다.

즉 대책마련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나 상황을 전혀 고려치 못한 것이다.

지금의 미분양 사태는 어느 한 가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경기 요인에 정책 요인까지 겹친 데다 자재가 급등,건설노조 파업 등의 요인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미분양 문제가 어디 건설산업만의 문제인가.

우리가 정작 걱정하고 염려해야 하는 것은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체는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요인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많은 건설업체들이 부도를 맞고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미 1995년부터 건설산업은 부도가 급증하고 미분양이 적체되는 어려움에 있었다.

이미 산업 내부적으로 심각한 침체와 구조조정을 겪고 있던 건설산업이 대내외적인 여건의 급변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단순히 건설산업에 국한한다면 미분양은 건설기업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몫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대내외적인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이는 건설산업의 어려움이 경기 전반의 어려움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대책,좀 더 열린 시각과 향후 국내 경기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