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제를 사러 약국에 갔다.

알던 가격보다 비쌌다.

이상하다 싶어 인근 500m 안에 있는 다섯 곳의 약국에 들렀더니 같은 약을 1만1000원에서 1만8000원까지 불렀다.

값을 몰랐으면 꼼짝없이 비싸게 주고 샀을 터였다.

두고두고 불쾌한데 우리 동네 비타민 값만 그렇게 차이나는 게 아닌 모양이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이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의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값이 약국별로 최고 5배까지 차이났다니 말이다.

보건복지부의 '2007년 하반기 서울지역 다소비 일반의약품 판매가' 자료를 분석했더니 2배 이상 차이가 난 약이 전체의 42%에 달했다는 것이다.

소화제 감기약 해열제 등 서민이 많이 복용하는 약이 그렇고,강북 지역이 강남보다 대체로 더 비쌌다는 보고다.

약국은 원래 잘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사람이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게 속설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경우 병원비가 무서워 어지간하면 약으로 해결하려 해서 그렇다는 건데 그런 그들에게 바가지를 더 씌우고 있다는 얘기다.

공산품은 물론 야채ㆍ과일까지 최저가 판매를 내걸고 더 싼 데가 있으면 물어주겠다고 하는 마당이다.약값만 들쭉날쭉인 건 정부가 1999년 봄 도입한 '의약품 판매자 가격표시제' 때문이다.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전문의약품이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은 약사에게 값을 맡겨놓은 제도다.

'엿장수 마음대로'가 아니라 '약장수 마음대로'인 셈이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건데 실제론 불투명한 제도 탓에 소비자만 손해본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게 가격뿐이랴.바로 옆집에 있는 것도 시치미 뚝 떼고 "그거 품절됐어요.

이제 안나와요"라며 다른 약을 권하는 일도 잦다.

정부에서 시ㆍ군ㆍ구별로 판매가를 조사,공개하는 약은 50가지.약 하나를 사러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 불편도 불편이지만 미심쩍은 마음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하면 서글프기 짝이 없다.

가격 공개 품목을 충분히 늘리는 건 물론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해야 한다.

약도 공정거래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